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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치열한 4강 싸움, 최후에 웃는 팀은?

by 푸른가람 2009.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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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의 3/4을 소화한 2009 프로야구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4강싸움이 한창이다. 8월 8일 현재 KIA가 2위 두산을 1게임차로 따돌리며 선두에 올라있다. 이전의 두해동안 그 어느팀의 도전도 허용치 않았던 최강 SK는 이제는 3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롯데와 삼성은 자고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숨막히는 4위 싸움에 연일 혈전을 벌이고 있다.

선두 KIA와 3위 SK와는 2게임차,  5위 삼성과의 승차는 6.5게임차에 불과하다. KIA, 두산, SK의 선두싸움, 롯데와 삼성이 마지막 남은 4강 티켓을 놓고 벌이는 4위 싸움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여전히 변수는 많다. 그 어느 팀도 나머지 7개구단을 압도할 만큼의 전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 감추고싶은 아킬레스건을 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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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중간순위표(한국야구위원회)

해태에서 KIA로 간판을 바꿔단 이후 하위권에서 맴돌았던 전통의 강호는 마침내 그 명성에 걸맞는 자리에 올라섰다. 8개구단 최고의 선발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굴러들어온 복덩이' 김상현의 가세 이후 팀 타선의 파괴력도 한층 강화됐다. 잔여 경기도 37게임으로 4강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들 가운데 두산과 함께 가장 많다.

한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두산, 히어로즈의 맞대결을 각각 7, 6게임씩 남겨 두고 있다는 점이다. 박빙의 호각세(5승5패2무)인 SK와 벌여야할 7경기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객관적 전력상 KIA의 4강행에 의문을 달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기 위해서는 선두다툼 경쟁자인 두산, SK와의 맞대결이 관건일 것이며, 결코 호락호락한 승부는 분명 아닐 것이다.

두산은 다섯 경쟁자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의 주축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두산의 '화수분'은 그때마다 빈 자리를 메워줄 누군가를 그라운드에 내보내줬다. 이종욱, 고영민, 이대수, 김동주가 자리를 비웠지만 김경문감독의 용병술은 그때마다 빛을 발했다.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의 파괴력은 최고 수준이다. 일취월장한 임재철(.306, 5홈런, 42타점, 9도루)의 존재는 두산 타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귀한 손시헌은 유격수비는 기본이요,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격실력이라는 선물까지 안고 돌아왔다. 손시헌은 2할대 후반의 타율에다 10홈런 48타점으로 하위타선을 이끌고 있다.

두산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허약한 선발투수진일 것이다. 'K-I-L-L' 이라는 사상 최강의 필승계투진을 구축해 삼성 '정현욱-권혁-오승환'의 벽을 넘어섰지만, 페난트레이스 1위싸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KIA의 차고 넘치는 선발 투수들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고졸 루키 홍상삼이 9승 2패(ERA 3.69)로 선발진의 쟁쟁한 선배들을 이끌고 있다. 그 뒤를 김선우(8승 7패), 김상현, 정재훈, 세데뇨 등이 따르고 있지만 기대치에는 많이 못미치는 모습이다.

지난 2년간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SK왕조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대표 배터리 김광현과 박경완이 이탈하며 시작된 위기는 쉽사리 극복되기 어려울 만큼 팀에 큰 데미지를 안겼다. 특히 시즌 12승(2패) 평균자책점 2.80, 1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던 에이스 김광현의 갑작스런 부상은 더욱 치명적이다.

한쪽 날개를 잃은 SK 선발진은 이제 송은범이라는 다른 한쪽만으로 힘겨운 날갯짓을 해나가야 한다. SK는 치뤄야할 게임이 아직 33경기나 남아 있다. 김광현과 송은범을 제외하고는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투수가 없을만큼 SK의 김광현에 대한 의존도는 컸다. 고효준, 전병도, 카도쿠라가 있지만 역시나 SK의 트레이드마크인 '벌떼야구'로 올시즌도 버틸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만큼 불펜의 부하는 가중될 것이고 결국 어느 순간에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타선에선 정근우의 분전이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공격력에 많이 약화된 모습이다. 박경완의 공백을 후배 정상호가 고마우리만큼 공수에서 잘 메꿔주고는 있지만 이호준, 김재현, 박재홍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타율 .260 9홈런 38타점에 그치고 있는 박재홍의 부진이 아쉬운 대목이다.

정근우(37개), 박재상(25개), 나주환(17개), 최정(10개)이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을만큼 SK의 발야구는 올해도 쉬는 법이 없다. 그러나 장타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박정권과 최정이 기록한 15개의 홈런으로 팀내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거포 이호준(14개)이 뒤따르고 있다. 김성근감독으로선 간간이 큰 것 한방을 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던 박경완(12개)의 부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때 선두권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갔던 롯데의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진 느낌이다. 현재 전력상으로는 1위 KIA에 도전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삼성과의 4위 싸움에 올인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일 것이다. 공격에서는 서울갈매기 홍성흔이 타선에 활기를 넣어주고 있다. 이대호와 가르시아의 장타력도 믿을만하다.

송승준, 손민한, 장원준, 조정훈 등의 선발진도 든든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전력상 공격력이든 투수력이든 롯데가 삼성에 뒤지는 부분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도 롯데의 무서운 힘은 부산팬들의 한결같은 성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대구구장과 사직구장의 열기 자체만을 비교해 본다면 롯데와 삼성의 경쟁은 처음부터 결말이 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아쉽게도 롯데 선수들은 경험이 많지 않다. 비록 지난해 꿈과 같은 '가을야구'를 경험해 봤지만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짧았다. 무엇을 느껴보기엔 충분치 못한 경험이었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쏟아지는 사직구장 팬들의 과열된 열기와 함성은 오히려 롯데 선수들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앞으로 롯데에 남은 과제는 상대보다 우위에 서 있는 객관적 전력을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하나 롯데에 좋지 않은 소식이 있다. 32경기를 남겨 놓은 롯데의 대진운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13승 5패의 절대 우위를 보였던 한화와는 겨우 1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다. 7승 5패를 기록했던 삼성을 제외한 6개팀과의 상대 전적에서 모두 열세를 보이거나 박빙을 보이고 있다.

도깨비팀 삼성은 이 순간까지도 4강행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시즌을 포기할까를 저울질해 왔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삼성의 '희망고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승환, 진갑용, 양준혁, 박진만 등 팀의 주축들이 모두 팀을 이탈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성적을 거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는지 삼성은 선동열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어찌됐건 요즘 삼성 야구는 재미있기는 하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 상황에서 하는 얘기다. 타격의 팀 삼성의 과거 모습을 재현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화끈한 홈런포와 끝판 뒤집기는 과거 몇년동안 선동열감독의 삼성에선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박진만, 박한이 등 기존 주전들이 부진한 반면 최형우, 채태인, 박석민의 3인방 외에 신명철, 강봉규의 활약도 대박감이다.

선발투수진의 붕괴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젠 더이상 심각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정현욱-권혁-오승환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불펜진이 예기치못했던 오승환의 이탈로 붕괴된 것은 사실 치명적인 부분이다. 불펜의 힘으로 '지키는 야구'라는 선동열식 야구를 힘겹게 지켜왔던 선동열감독으로선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삼성이 올시즌 목표를 어디에 설정하느냐 하는 점은 아주 중요하다. 그 영향이 비단 2009년 한시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그렇지만 현재 드러나는 객관적 전력상 삼성은 4강에 도전할만한 상태는 아니다.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력 자체가 원체 버겁기도 하지만, 경쟁자인 4팀의 전력이 너무 강하다. 이 상황에서 무리할 경우 불펜진의 부하를 어떻게 감당하냐느가 관건이다. 비단 페난트레이스가 문제가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의 엄청난 압박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판을 접는게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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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2009 프로야구(사진 :  한국야구위원회)

현재 상위권에 올라있는 5개 구단의 전력을 비교해 봤을 때 4강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팀은 KIA와 두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른 상승세에 있는 KIA는 안정된 선발투수진을 정점으로 투타가 안정되어 있으며, 두산은 큰 기복없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한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SK는 김광현과 박경완을 잃었지만 한국시리즈 2연패 팀의 저력을 지니고 있는 팀이기에 4강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가 하향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선두와 불과 2게임차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4위 롯데와의 3.5게임차가 순식간에 뒤집힐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영남 라이벌 롯데와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죽기살기로 제대로 붙어야 할 운명이다. '순리'대로라면 롯데가 마지막 4강티켓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야구공의 108개 실밥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궤적처럼 시즌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쉽사리 결말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드라마와 같은 진부한 결말이 아니기에 지켜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야구의 진정한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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