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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9차전 리뷰 - 삼성, 꼴찌가 바로 저 앞이다

by 푸른가람 2009.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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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였다. 7, 8차전때와 같은 12점차 대패는 아니었지만 공수주에서 모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삼성 선발진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크루세타는 근근히 5이닝을 버텼지만 4회 급작스럽게 무너지며 패전투수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 했다. 경기 초반 위력적인 스플리터를 앞세워 두산 타선의 예봉을 피해갔지만 결국 '전가의 보도' 스플리터가 독이 됐다.

적재적소에 승부구로만 사용해야 할 결정구는 시도때도없이 던져졌고, 더이상 두산 타자들에게 위력적인 공이 아니었다. 삼성 포수 현재윤은 뻔히 보이는 투수 리드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차우찬, 에르난데스 등 선발투수들이 무너진 마당에 크루세타가 최소 QS급 피칭을 해줘야 할 게임이었지만 4회초 김현수 타석에서 폭투를 허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두산의 똘똘한 2년차 신인 홍상삼의 투구는 오늘도 빛났다. 잘되는 집안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인가 보다. 홍상삼은 6이닝동안 겨우 안타 하나와 볼넷 2개만을 허용하며 단 한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1회말 1사 1,2루, 2회말 무사 1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두번 모두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노련함을 보였다.

140km/h대 후반에 달하는 빠른공과 변화구를 섞어던지며 삼성 타자들을 요리했다. 초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4회부터 6회까지는 단 한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를 자랑했다. 5월 2일 롯데전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어느새 시즌 5승째를 기록중이다.
 
삼성은 크루세타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인 4회부터 정현욱을 불펜에 대기시켰지만 결국 코칭스탭이 투입시기를 놓친 것이 화근이었다. 6회부터 권혁을 마운드에 올려 무려 3이닝을 던지게 해 헛품만 팔게 한 것을 생각하면 선동열감독과 조계현 코치의 투수운용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차라리 한템포 빨리 정현욱을 투입시켜 승부를 걸든지, 그렇지 않다면 권혁을 3이닝씩이나 던지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컨디션 조절 차원이었다고 해도 3이닝 58개의 투구는 지나쳐 보인다. 투구내용도 썩 좋지 못했다. 6회초 등판하자마자 연속안타와 희생플라이로 1점을 허용했다. 7,8회에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

홍상삼이 6이닝 무실점의 쾌투를 보이자 두산 벤치는 기어코 필승계투조를 투입시켰다. 걸리면 죽는다는 'KILL'에서 L 하나만 빠지고 총출동했다. 임태훈이 1.1이닝, 고창성이 0.2이닝을 이어던졌고, 마지막 마무리는 이용찬이 맡았다. 두터운 두산 불펜진의 힘은 향후 프로야구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진갑용이 벤치클리어닝까지 불사하며 팀 분위기를 일신해 보려고 했지만 삼성 타선은 여전히 무기력했다. 신명철, 양준혁, 강봉규만이 하나씩의 안타를 기록했다. 양준혁이 9회초 터뜨린 홈런이 유일한 득점일 정도로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통해 노출된 약점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깊고 치명적이다.

28승 33패로 아직 4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하위권 팀들의 추격이 턱밑까지 왔다. 5위 히어로즈와는 겨우 1경기 차다. 다시 1경기차로 롯데가, 반 경기차로 LG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꼴찌인 한화와도 겨우 4.5게임차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다간 삼성 역사상 꼴찌로 추락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더욱 암울하기만 한 삼성의 6월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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