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토록 짤막한 글귀만으로 사람의 마음에 큰 울림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시가 위대한 것이고, 뛰어난 시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 할 수 있겠다. 너무나 유명한 '풀꽃'이란 시를 지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속에 담긴 여러 편의 시를 통해 잠시 위안을 얻는다.
흔히 시를 무척이나 난해하고 심오한 문학이라 여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시 또한 그런 선입견을 더욱 키웠다. 시를 시 자체로 이해하지 못한 면이 많았다. 참고서에서 해석한 것이 마치 시인의 마음인 것처럼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달달 외워야만 했다. 그럼으로써 시와 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그런데, 나태주 시인이 쓴 시들을 보면 좀 다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단어 없이 그저 순수하고 꾸밈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마치 어린아이의 글같기도 하다.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없다면 결코 이런 글들은 쓰여지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시인은 그렇게 타고 났을 것이고, 또 그런 삶을 살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특이하게도 나태주 시인은 <꽃을 보듯 나를 본다>를 인터넷 시집이라 명했다. 주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회자되는 시들을 위주로 시집을 꾸몄다고 밝혔다. 한 사람 시인의 대표작을 시인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정하는 것이라 믿기에 독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아 시집에 실린 시들이 보다 많은 사랑을 받게 되길 나태주 시인은 바라고 있다.
'풀꽃'이란 시 말고도 좋은 글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것들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시들은 애써 감춰 두었던 그리움을 기어코 끄집어내기도 한다. 원래 시가 그런게 아니겠는가. 깊어가는 봄날 저녁에도 시 한편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풀꽃 대신 바람과 달과 별이 애닳픈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주지 않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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