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동물이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를 완벽히 지배한 데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머나먼 우주 개척에 나서고 있는, '만물의 영장' 인간을 기껏 '짐승' 취급하는 것에 기분 나빠 할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털 없는 원숭이>란 책을 처음 펴냈던 1967년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판매금지가 되거나 교회 등에서 불태워졌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의 세상에서 고귀한 인류를 그저 원숭이가 진화해 털이 사라진, 벌거벗은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분명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을 테니까.
특히, 인가의 성에 대한 동물적 접근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서구사회에서조차 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터부시되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털 없는 원숭이>에서 표현하고 있는 인간들의 성행위 표현은 지극히 노골적이고 선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1994년판 서문을 통해 저자 역시 성적인 솔직함이 이 책의 또다른 결점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은 자신의 글을 잘못 해석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부르는 것을 모욕적이고 염세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다른 영장류와 비교해 보았을 때, 털 없는 원숭이는 타당한 호칭이란 것이다. 이것이 모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동물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항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학적 인간론이란 표현은 이 책의 본질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데즈먼드 모리스가 사람 또한 동물일 뿐이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지시켜 주고자 하는 이 책을 쓰지는 아니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본연에 감춰져 있는 동물적 본성을 규명함으로써 보다 인간을 잘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이 책은 기원, 짝짓기, 기르기, 모험심, 싸움, 먹기, 몸손질,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라는 8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각각의 장에서 저자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진화하여 왔고, 다른 동물들과는 어떤 유사성이 있고, 어떤 차이로 구별되는 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사못 흥미로운 책이다. 특정 부분에서는 독자들의 말초적 흥분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도 나온다. 하지만, 1967년의 수많은 비평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종교적, 성적 금기에 치중해서 접근해서는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저자가 밝혔듯 우리의 동물적 특성을 자세히 바라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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