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즐거움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by 푸른가람 2017. 1. 4.
728x90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 놓는다. 이것이 이기주 작가를 설명하는 말인 듯 하다. 짤막한 이 글귀에서 부러움이 느껴진다.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요즘같은 세상에서 분명 부러운 일이다.

이기주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과 글에 온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지각 있는 사람이요 깨어 있는 식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기주 작가가 쓴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읽어가며 처음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의 온도> 속에는 담백한 에세이들이 잔뜩 실려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글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접하게 되는 풍경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담담히 써내려 가고 있다. 뭔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 없어서, 진솔한 됨됨이가 느껴져서 내 마음까지도 절로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이기주 작가는 얘기한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으며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고.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 주지만,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라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여서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 커녕 꽁꽁 얼어붙게 한다고.

이 대목에서 그는 우리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도쯤 되느냐고? 잠시 생각해 본다. 평소 나의 말과 글의 온도는 몇도쯤 될까를. 너무 뜨거운 말로 상대에게 화상을 입히지는 않았을까. 가끔은 너무 차가운 글로 누군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는 않았을까 반성해 보게 된다.

평소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말과 글로 업을 짓지는 않겠지만, 세상살이란 것이 마음먹은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서 항상 후회할 일을 만들고 만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입을 닫고, 글쓰기도 멈추면 그만이겠지만 그것 역시 사회의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려면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속세를 떠나 출가한다면 모를까.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꽃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이기주 작가는 책의 서문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책에 담았노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각자의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