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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by 푸른가람 201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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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좋은 책이다. 대학교수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회학자가 쓴 책이지만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서는 아니다. 제목 부터가 심상찮다.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가 지은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말그대로 하루하루 세속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한 직시이자, 한편 따뜻한 격려이기도 하다.

 

세상물정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이나 상황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일상에서 세상물정이란 말을 흔히 쓰곤 하지만, 보통은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세상살이에 약아빠지지 못한, 순진한 사람을 두고 우리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물정을 잘 안다 할 수 있을까. 세상살이에 닳아빠진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정작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나 속세의 삶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는 정작 많지 않아 보인다. 세상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추하고 사람들은 선한 만큼이나 악하다는 저자의 전제에 걸맞게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는 증거는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마주치게 되곤 한다. 

 

 

이 책의 지은이 노명우 교수는 프롤로그를 통해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교활해서는 안 되지만 영리할 필요는 있다고 얘기한다. 영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만 좋은 삶을 지키는 방어술과 좋은 삶을 훼방놓는 악한 의지의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술을 모두 터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지은이가 이 책을 쓴 목적이며,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두 스물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주제들은 관련되는 저서와 연관되어지면서 알기 쉽고, 자세하게 풀이되어 있다. 모든 주제들은 큰 개념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 가면서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한, 혹은 정작 중요한 것인데도 그 가치를 간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성찰이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중요하지 않은 주제들이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 자살과 같은 주제에 특히 눈길이 간다. 자본주의가 종교를 만났을 때 종교가 얼마나 세속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엄연히 닥친 현실의 문제다. 성과 속의 관념적인 공간적 거리는 절대적으로 멀어야 함에도 우리는 성과 속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겠지만 "종교가 된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돈에 의해서만 구원된다"는 노명우 교수의 지적은 불편한 진실이다.

 

또 하나, 1997년 19.69명이었던 자살률이 불과 한 해 뒤 26.69명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라고 하는 경제 위기 상황을 이 같은 자살률 폭등의 주된 요인이라 지목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 5.8퍼센트였던 경제 성장률이 1998년에는 마이너스 5.7퍼센트로 추락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명우 교수의 판단은 다르다. 만약 초라한 경제 성적표가 문제였다면 이후 경제 지표들이 좋아지면 자살률도 덩달아 낮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낙관론을 따라가지 못했다. 2006년의 경제성장률은 5.2퍼센트까지 뛰어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26.85명의 자살률로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98년에 급증한 자살률은 이후의 경제 지표 변동에 상관없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1998년을 기점으로 높아진 자살률은 우리 사회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알람'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살이 결코 심약한 기질이나 염세적 삶의 태도와 같은 개인의 성향 탓으로만 해석되어서는 자살률의 고공행진을 멈출 수가 없다고 경고한다. 사회학자가 '사회적 자살'을 목청 높여 소리쳐도 정작 사회는 무관심하다. 경고등이 들어온 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성장을 위한 경쟁'에 목매고 있다는 현실은 차라리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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