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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오승환 시즌 첫 BS가 갖는 의미 - 삼성 vs 롯데 시즌 1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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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버스럽게 표현하자면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천하의 오승환이 팀이 2:0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이닝도 종료하지 못한 채 강판당했다는 것 자체가 2012년 프로야구에 있어서 하나의 '사건'이다. 지난해 부상에서 회복한 오승환은 2005년과 2006년에 보여줬던 난공불락의 마무리 투수,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오늘 그가 기록한 BS의 의미는 사뭇 크다.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돌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오승환이라지만 오늘만은 표정관리가 쉽지 않을 듯 하다. 물론 지금까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그가 팀을 구하고, 선발투수의 승리를 챙겨준 것이 훨씬 더 많겠지만 버거운 상대인 선두 롯데를 만나 모처럼 연승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는 호기를 만난 삼성으로선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 되고 말았다.

올시즌 팀 성적이 신통찮았기 때문에 그의 세이브 기록은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구위는 지난해와 비교해서 크게 떨어진다고 보여지지는 않았다. 돌직구라 불리는 직구의 구위도 타자들을 압도할만큼 위력적이었고 마운드에서의 자신감 있는 표정도 언제나처럼 여전했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에서의 부진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 LG와의 경기에서도 연거푸 홈런을 허용해 팀의 승리를 날려버린 기억도 있다. 기나긴 페난트레이스를 펼치면서 오늘 같은 날이 없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천하의 오승환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경기 내용이 워낙 좋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한점차의 터프한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고 1이닝 2실점이라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비록 선두를 달리고 있는 롯데 타자들의 타격감이 워낙 절정에 오른 상태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겠지만 롯데 타선은 8회까지 삼성 투수들의 효과적인 계투에 4안타로 꽁꽁 묶였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오늘 기록한 0.2이닝 6실점이라는 기록을 그저 숫자로만 가벼이 보아 넘길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오승환 스스로가 자신감을 잃지나 않았을까 하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부상의 여파로 부진한 시즌도 있었다고 하지만 몸 상태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본인도, 지켜본 팬들도 믿기지 않는 최악의 피칭을 한 상태로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루빨리 충격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모처럼 연승 바람을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삼성으로서도 타격이 큰 게임이었다. 다 잡았던 게임을 놓치면서 삼성은 시즌 5승 8패를 기록하며 여전히 7위에 머무르게 됐다. 자칫 하다간 꼴찌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1위 롯데와 2위 SK라는 힘겨운 상대를 연거푸 만나야 하는 이번 주가 삼성이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벼랑 끝에서 다시 일보 전진하느냐 하는 갈림길이라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오늘밤은 오승환에게나 삼성팬에게나 힘겨운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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