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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부진이 아니라 이것이 실력이다 - 삼성 vs SK 2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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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 탈출을 위해 애를 써봤지만 SK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삼성의 전력이 너무 허약했다. 전날 패배에 이어 시즌 2차전에서도 5:8로 완패하며 팀 순위에서도 7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워낙에 한화의 하향세가 심한 탓에 꼴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위안삼아야 하는 것이 요즘 삼성의 형편이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제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류중일호의 삼성으로선 자존심이 한없이 구겨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개막 초 어수선한 상황에서야 조금 지나면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있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닌, 실력이 겨우 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SK와의 1차전에서는 선발 차우찬이 2회 대량실점하며 무너진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면 2차전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친정팀 SK를 상대로 선발 마운드에 오른 고든에게 SK를 향한 처절한 복수를 기대했었지만 되돌아온 것은 4이닝 7실점이라는 실망스런 성적표였다.

SK전 등판 전까지만 해도 고든의 기록은 꽤 훌륭했다. 선발 마운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고든은 꾸준한 피칭으로 코칭스탭의 신뢰를 받아왔다. 올시즌 등판한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고 평균 자책점도 2.19에 불과한 짠물 투구를 선보였었다. 더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고든에 거는 기대가 컸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뛰었던 SK전 선발이 오히려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탓일까. 1회를 삼자범퇴로 산뜻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2회 선두타자 이호준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뒤이어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성 타구를 1루수 채태인이 실책을 범한 것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긴 했지만 고든의 피칭 역시 SK 타자들을 압도할만큼 위력적이지는 못했다.

5회 무사 1, 3루에서 고든에 이어 등판한 심창민이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 다행히 고든의 실점은 7점에 그쳤지만 시즌 첫 패배의 쓰라림은 컸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버린 팀과의 맞대결에서 무너졌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 것이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을텐데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패배는 아쉽지만 심창민을 발견했다는 것이 수확"이라는 인터뷰를 했다. 차우찬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심창민의 이날 피칭은 정말 훌륭했다. 무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2이닝동안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퍼펙트한 피칭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심창민의 호투를 발판삼아 삼성은 막판 추격을 노려봤지만 그러기엔 힘이 부쳤다.

1군 무대에서의 호투가 있은 후 일부 언론에서 '제2의 임창용'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긴 하지만 심창민은 입단 당시 때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대형신인이었다. 새삼 류중일 감독이 심창민의 가치를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만큼 2군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이 제대로 1군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보 감독의 한계를 뛰어 넘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사상 첫 아시아시리즈 제패까지 이루며 3관왕에 올라 '야통'이라는 영광스런 호칭까지 얻었던 류중일 감독이지만 2년차 징크스가 너무 심각하다. 3관왕의 영광이 오히려 올시즌에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특정 선수에 한정된 '믿음'에만 지나치게 몰입되지 말고 좀더 폭넓은 팀 운영의 묘책을 내놓아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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