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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잔인했던 4월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준 배영수의 8이닝 역투 - 삼성 vs SK 3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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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스윕만은 면했다. 4월의 마지막 게임을 기분좋게 마무리함으로써 다가오는 5월에 대한 기대를 팬들에게 선사했다는 것에도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오늘 승리는 물론 믿음직스러운 베테랑 에이스, 배영수의 역할이 컸다. 믿었던 선발 투수들이 난조에 빠진 가운데서도 배영수는 관록이 묻어나는 노련한 피칭으로 8이닝을 책임지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물론 완벽한 피칭은 아니었다. 몇차례 실점 위기도 맞았고 6회에는 최정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 야수가 실책을 해도, 홈런을 허용해도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결코 용납치 않았다. 그것이 에이스의 모습이다. 삼성에는 차우찬, 장원삼, 윤성환, 정인욱 등 자칭타칭 젊은 에이스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배영수를 넘으려면 좀더 많이 배우고 무너져봐야 한다.

8이닝 5피안타 1볼넷으로 4실점했지만 삼진도 5개나 빼았았으며 자책점은 3점에 불과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배영수가 비단 승리투수가 됐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며 97개로 8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연투와 부진으로 체력적, 심리적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불펜투수들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선사했다는 것이 대견스런 일이다.

 


팀 공헌도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실 배영수 역시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다. 그도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의 힘든 과정을 묵묵히 걸어왔고 지금도 전성기때 보여주었던 피칭을 100%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자신의 투수 생명과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맞바꿨던, 이제는 노장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베테랑 투수 배영수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배영수도 잘 던지고, 타자들도 점수를 잘 뽑아내 줬지만 사실 오늘 게임은 삼성이 잘해서가 아니라 SK가 못해서 그저 덤으로 얻은 게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특히 짜임새 있기로 국내에서 두번째가라면 서러울 SK 수비가 곳곳에서 헛점을 드러냈다. 역시 야구의 기본은 수비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문제의 장면은 5회에 나왔다. 5회초 삼성 선두타자 김상수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다음 타자 정형식은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3루쪽으로 번트타구가 갔고 최정이 대시해 공을 1루에 던졌다. 당연히 김상수는 2루에 안착할 수 있는 좋은 번트였고 그대로 상황이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3루 베이스가 비어있는 틈을 노려 김상수는 3루로 내달렸고 SK 포수 조인성이 커버를 들어왔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SK 선수들이 수비에서 집중력이 허트러져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첫번째 장면.

1사 3루에서 타석에 이승엽이 들어섰다. SK 내야진들은 당연히 전진수비를 했고 하필 이승엽의 타구가 2루수 정근우 정면으로 굴러갔다. 정근우의 홈 송구로 김상수가 협살에 걸렸다. 이때가 문제의 두번째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투수 김태훈이 송구를 놓쳐 실책의 주인공이 됐지만 사실 김태훈은 애꿏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사실은 포수 조인성이 좀더 3루쪽으로 김상수를 몰고 갔어야 한다. 그래서 3루수 최정이 김상수를 태그 아웃시키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하는 것이 깔끔했다. 하지만 성급한 송구로 최정 역시 김상수를 태그하기에 역부족이었고 결국 승부가 홈플레이트에서 접전으로 일어났다. 경험이 많지 않은 김태훈이 긴장했고 포구와 주자 태그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실책을 유발했다.
 
뒤이은 6회초 삼성의 추가득점 장면도 SK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5:2로 삼성이 리드한 상황이었고 2사 주자 1,2루 이승엽이 친 타구는 유격수와 중견수 사이 애매한 곳에 떨어졌다. SK 중견수 박재상이 이승엽의 장타를 의식해 펜스 쪽으로 물러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1루주자 정형식까지 홈을 밟게 한 것은 분명 중계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2연승 뒤에 뭔가 느슨해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삼성 타선에선 1, 2번 타선으로 나선 김상수와 정형식이 기민한 플레이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좋았고 이승엽은 역시 가장 믿음직한 해결사다운 활약을 펼쳤다. 4번 최형우가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라오길 기대해 본다.

반면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1차전 선제 솔로홈런 이후 박석민은 스윙이 지나치게 커졌고 채태인의 타격감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제 아무리 믿음의 야구도 좋지만 채태인에 대해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계속 출전시키는 것이 선수에게나 팀에 있어서나 좋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믿음과 아집, 독선과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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