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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철학의 정원 도산서당에서 안동호를 바라보다

by 푸른가람 201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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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은 꽤나 자주 가는 곳이긴 하지만 이번은 좀 남다른 느낌이었다. 그 전에는 그저 오래된 건물이 주는 여유로움과 도산서원 주변의 풍광에 이끌렸다면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라는 책에 소개된 도산서원을 접하고 나서는 건축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읽어내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봄을 느끼기에 아직은 쌀쌀한 날씨다. 우수, 경칩이 다 지났다지만 도산서원 앞에 넓게 펼쳐져 있는 안동호도 꽁꽁 얼어 붙어있는 데다 이날은 진눈깨비까지 날려 겨울이 한창인 느낌이다. 퇴계 선생이 그토록 아꼈다는 절우당의 매화는 아직 꽃을 틔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화에 물 주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이 곳에서 돌아가셨다는 퇴계 선생의 향기를 좇아 도산서원 구석을 걸어 본다.







'철학으로 읽는 옛집'의 저자 함성호는 도산서당을 일컬어 철학의 정원이라 표현했다. 원래 도산서당의 진입로는 지금처럼 서쪽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동쪽의 낙동강 옆 계곡으로 오르다가 언덕을 돌아서 올라오게 되어 있었고, 지금처럼 으리으리한 건물들로 들어찬 게 아니라 농운정사와 역락서재, 도산서당 이렇게 단 세 채 뿐이었다고 한다.








도산서원 앞 마당에는 정우당이라는 연못이 있고, 담 너머에는 매화나무가 심어져 정원을 이루는 절우사가 있다. 도산서당의 정원은 도학자로서의 퇴계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흙담과 보이지 않는 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계곡과 산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만물에 작용하는 원리인 리理 철학의 정원을 이곳에 구현해 놓고 있는 것이다.








책을 아무리 읽어보고 도산서당을 몇번을 더 다녀본다 한들 그 속에 담긴 깊은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철학의 정원에서 퇴계의 향기를 맡지 못한다 해도 그리 안타깝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소박하고 담백한 건물인 도산서당 암서재옆 툇마루에 앉아 담 너머 절우사에 만개한 매화 향기에 취한 채 안동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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