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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남명의 마음으로 덕천서원에서 덧없이 흐르는 구름을 좇다

by 푸른가람 201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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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었던 산천재를 둘러 보았으니 이제 덕천서원으로 발길을 옮겨 본다. 덕천서원은 산천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덕천강 강가에 자리잡고 있다. 수령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입구에서 나그네를 반겨 준다. 늦가을이면 온통 노란 빛으로 물들 덕천서원의 풍경을 잠시 상상해 본다.







전국에 수많은 서원들이 산재해 있지만 관리상의 문제로 대부분 닫혀 있는 곳들이 많다. 멀리서 발품을 팔아 찾아갔는데 굳게 닫혀 있는 문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곤 했었는데 찾는 이가 많지는 않을텐데 이렇게 늘 열려 있어서 반갑고도 고맙다. 물론 남명 유적지로 산청군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해 본다.






솟을대문인 시정문을 들어서면 덕천서원의 아담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 인상에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서원들이란 것이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지게 마련인데 이 덕천서원은 조금 번화한 느낌이다. 물론 이 서원이 처음 세워졌던 1576년 당시에는 지금과 달랐겠지만 인근에 학교도 있고 바로 옆으로 도로도 나 있어 한적함과는 거리가 있다.





이따금씩 차 지나는 소리도 들리고 담장 너머 학교에서 들리는 소리도 끊임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고요한 느낌이다. 덕천서원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끊임없에 세상의 소리가 들려 오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저 고요함만이 머물던 그때의 묘한 느낌이 참 좋았다.






처음 덕천서원을 들어서자마자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덕천서원 역시 전형적인 서원의 배치 그대로다. 정면에 강당 격인 경의당이 자리잡고 있고 양쪽에 동재와 서재가 있다. 동재 옆에는 큰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여름철에 붉은 배롱나무꽃이 만개하면 무척 화사한 풍경을 선사해 줄 것 같다. 올 여름에 다시 이곳을 찾아와야 할 이유가 하나 생긴 것이다.




 


덕천서원은 남명 조식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1576년 최경영, 하항 등의 사림이 건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02년에 중건했고 광해군 1년(1609년)에는 나라에서 덕천이라는 현판과 토지, 노비를 하사받아 사액서원이 되었다. 인조반정 등을 겪으며 모진 풍파를 받아야 했던 것은 남명 조식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덕천서원 바로 곁에 세심정이 있다. 세심정은 덕천서원에서 공부하는 유생들을 위해 덕천강 강가에 세워진 정자인데 그 경관이 통상의 정자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탁월하지는 않다. 강가에 서서 수백년 전 이곳의 풍경을 잠시 떠올려 본다. 주역의 성인세심(聖人洗心)에서 따온 정자의 이름처럼 이런저런 탁한 생각으로 더럽혀진 마음도 강물에 깨끗하게 씻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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