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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푸른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상쾌했던 죽림서원

by 푸른가람 201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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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정을 향해 가는 길에 죽림서원이 있다. 죽림서원과 임이정, 팔괘정은 모두 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마치 한 셋트의 유적공원처럼 잘 정리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죽림서원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아담한 모습이었다. 이 역시도 문화재 보호를 위해 문이 굳게 닫혀 있어 건물 안을 들어가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죽림서원은 인조 4년(1626년)에 율곡 이이, 우계 성혼,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생들이 세운 사당이었던 황산사가 그 기원으로 전해진다. 이후 현종 6년(1665년)에 '죽림'이라는 사액을 받아 서원으로 승격되었고 이때 정암 조광조, 퇴계 이황을 배향하고, 이후에는 노론의 영수인 우암 송시열까지 추가 배향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기호 지방의 서원이다 보니 서인 계통의 유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퇴계만이 유일하게 동인으로서 배향되는 영예를 누린 셈이나 그마저도 추가 배향이었고 학문으로 따지자면 그들에 뒤지지 않는 남명 조식이 빠져있다는 것을 봐도 이 지역의 성리학적 명맥에 대한 결속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종 8년(1871년)에 있었던 대원군의 대대적인 서원 정비 때 이 죽림서원도 훼철되었었다 한다. 지금의 모습은 광복 후에 지방의 유림이 제단을 세우고 복원한 것이라 서원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그저 담장 밖에서 대략적인 윤곽만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늘이 지는 자리에는 며칠 전 내린 잔설이 하얗게 남아 운치를 더해준다. 죽림서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원 담장을 따라 임이정에 오르는 길에는 푸른 대숲이 있다. 금강을 건너 불어오는 바람에 이는 대숲의 바람소리가 상쾌하다. 따뜻한 햇살 덕분에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이 대숲을 지나 조금만 오르면 사계 김장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임이정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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