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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14차전 - 4연패 뒤 3연승, 그러나 빛좋은 개살구

by 푸른가람 201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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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까지 가는 긴 연장 승부였지만 경기 자체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졸전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마지막까지도 야수의 실책으로 승부가 결정되어 버렸으니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면목이 서질 않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삼성은 이날 승리로 4연패 뒤 3연승을 달리며 안정을 찾게 됐고 2위권 팀들의 추격에서도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삼성은 선발 장원삼이 1실점한 후 통증을 호소하며 5회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안지만, 권혁, 정현욱, 권오준, 정인욱 등 불펜진을 총동원해 추가 실점을 막았고, 연장 11회초 어부지리로 얻은 결승점을 오승환이 지켜내며 불펜의 힘을 뽐냈습니다. 오승환은 이 세이브로 시즌 38세이브를 기록했고, 16경기 연속 세이브 성공이라는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2:1로 승리하긴 했지만 2득점 가운데 타점은 단 한점도 없을 정도로 타선은 무기력했습니다. 삼성은 11개, 두산은 무려 14개의 잔루를 남기며 잔루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셈입니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이런 게임도 이기는 것이 강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강팀은 완벽한 투타의 힘으로 상대를 압살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본다면 아직 삼성 야구는 완전체로 진화해 가는 과정이라과 봐야 할 겁니다. 신임 류중일 감독의 야구도 마찬가지 선상에 있을 테구요.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이어받은 초짜 감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경기운영은 무척 노련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치밀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팬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까지 갖췄다고 할까요. 우최명 류중일 감독의 야구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갈 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제는 한국시리즈에 대한 준비를 해나갈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아직 페난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은 상태는 아니지만 2위권 팀들의 전력과 잔여 경기 일정을 고려해 본다면 정규시즌 우승의 8부 능선 이상은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한국시리즈 우승이 최종 목표니만큼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티스, 저마노 두 외국인 투수의 영입 덕분에 선발 마운드는 어느 정도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차우찬이 오늘 어느 정도의 피칭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 변수긴 합니다. 차우찬이 포스트시즌에서는 1선발의 역할을 맡아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빠른 공의 구위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투수라면 현재로선 차우찬 밖에 생각이 나질 않네요.

문제는 여러번 지적했지만 역시 공격력에 있습니다. 안 그래도 중심타선이 약한데다 최형우마저 잔부상을 당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타격에 임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2군에 내려가 있는 박한이가 하루빨리 잘 나가던 때의 그 '감'을 회복해서 돌아와야만 합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큰 경기에서 미쳐줄 수 있는 선수라면 역시 박한이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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