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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SK vs KIA 준PO 1차전 - '4관왕' 윤석민의 원맨쇼

by 푸른가람 201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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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투수부문 4관왕에 빛나는 윤석민의, 윤석민에 의한, 윤석민을 위한 게임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파트너였던 SK와 KIA가 맞대결을 벌인 2011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윤석민의 눈부신 호투를 앞세운 KIA가 적지에서 먼저 1승을 차지함으로써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김광현과 윤석민, 두 슈퍼 에이스간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김광현은 기대치에는 부합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4.2이닝 1실점으로 잘 버티긴 했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직구의 제구력이 흔들리다 보니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졌고,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5회도 마치기 전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SK 이만수 감독 대행은 경기 전 "김광현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여전히 몸상태가 완벽하지 못한 김광현 이기에 투구수 90개를 그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입니다. 5회초 수비에서 두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낸 김광현의 투구수는 88개였고, 이만수 감독 대행은 주저없이 마운드로 올라와 김광현에게서 공을 건네 받았습니다.

1차전의 중요성, 그리고 에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선발투수가 좀더 길게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만 경기 후반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이 났을만도 하지만 5회 김광현의 교체는 바람직했다고 보여집니다. 김광현 자신도 깔끔하게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후 기분좋게 마운드에서 내려가 다음 경기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투구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광현이 수차례 위기를 맞으면서도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단 1점으로 막아냈다면, 윤석민의 투구는 완벽함 그 자체였습니다. 1회초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높은 공을 던지다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는가 했지만 SK의 작전 실패로 5회까지 단 한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으로 KIA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빈틈을 보이지 않던 윤석민은 7회말에 모처럼 '완벽함'에 빛이 바래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공의 위력도 줄어드었고 제구도 이전같지는 않았습니다. 최정의 번트 타구가 병살처리되는 SK의 불운 덕분에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역시 큰 경기에서의 투구는 체력적인 부담이 훨씬 더 클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IA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함으로써 PO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 되긴 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마냥 기분이 좋을 수 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타선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경기 초반 숱한 챤스에도 불구하고 단 1점의 득점에 그쳤다는 점은 향후 시리즈 운영에 불안요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두 차례 번트 시도에서 모두 실패함으로써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도루 실패나 투수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도 최대한 줄여야 할 겁니다.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큰 포스트시즌 경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소한 플레이 하나가 경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요.


꽉 막혀있던 양팀의 득점포는 9회 들어서 느지막히 터져 나왔습니다. KIA가 1:0 박빙의 리드 상황 2사 만루에서 터진 차일목의 극적인 만루 홈런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자 SK도 9회말 대타 최동수의 홈런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확실히 윤석민의 공은 8회 이후 급격히 위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완연했습니다. 눈부신 호투가 경기 막판 빛이 바랜 것이 좀 아쉽습니다. 오늘 승부와 관계없이 다음번 맞대결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1차전 승패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준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로 바뀌고 나서는 상대적으로 1차전의 중요성이 예전같지는 않다고 봐야 할 겁니다. 오늘 양팀이 보여준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내용은 솔직히 야구팬들의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내일 2차전부터는 가을잔치에 걸맞는 멋진 명승부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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