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SK vs KIA 준PO 2차전 - 끝내기 승리 SK, 광주에서 끝낸다

by 푸른가람 2011. 10. 9.
728x90

벼랑 끝에 서 있던 SK가 11회말 터진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됐다. SK는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송은범의 호투와 안치용의 대타 동점 홈런에 이어 1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이호준이 KIA 한기주와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내용은 어제 1차전과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KIA가 1회말 이용규의 안타와 나지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이후 지루한 한점차 승부가 계속됐다. 기록으로만 보자면 송은범과 로페즈, 두 선발투수간의 치열한 투수전이라고 봐야겠지만 내용은 또 그렇지도 않았다.


SK 타선은 초반부터 로페즈를 공략해 득점권에 진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데에는 애를 먹었다. 1차전에서는 KIA 선발 윤석민의 위력적인 투구에 막혔다고 본다면 오늘은 KIA 야수들의 호수비에 번번히 분루를 삼켜야 했다.

2루타성 타구를 걷어낸 좌익수 김상현의 수비는 물론, 유격수 김선빈의 호수비는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특히나 9회말 최정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장면은 오늘 경기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끝내기 결승타로 이어져야 할 타구였는데 거짓말처럼 김선빈이 2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경기의 승운은 KIA 쪽에 많이 따라줬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차전 만큼은 결코 내 줄 수 없다는 SK 선수들의 절박함이 그 운 마저도 이겨낸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대목에서는 KIA 조범현 감독의 실책 아닌 실책이 또다른 패인이었음도 지적할 수 있겠다.

우선은 선발 로페즈를 지나치게 길게 끌고 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로페즈의 공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했다.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야수들의 호수비와 SK 타자들의 무기력한 공격 탓에 잘 버텨왔지만 5회까지가 한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길게 봐도 6회가 지났을 때에는 마운드에서 내렸어야 한다. 결국 7회말에도 로페즈를 마운드에 올렸고, 대타 안치용에게 통한의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마무리 한기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발급 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KIA에 비해 불펜투수진의 층이 두터운 편인 KIA로선 제구가 불안했던 한기주에게 그렇게 목을 맬 필요가 없었다. 좌완 심동섭과 우완 김진우가 한참 전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지만 조범현 감독은 11회말까지 한기주를 믿고 맡겼다.


이전까지도 불안불안하게 이닝을 넘기던 한기주도 투구수가 한계에 달한 11회말 마지막 위기까지 넘기지는 못했다. 마치 9회말 SK 공격의 재판처럼 11회말 안치용이 볼넷을 얻어 나갔고, 최악의 슬럼프에 빠진 최정은 또한번 범타로 물러났다. 다른 게 있었다면 이호준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그것으로 오늘 경기도 끝이었다.

힘든 연장 승부 끝에 기분좋은 끝내기 승리를 거둔 SK로선 광주에서 열리는 3, 4차전에서 또한번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당장 3차전 선발투수로 낼 선수가 마땅찮을 정도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하나, 연일 계속되는 불펜진의 연투로 인한 과부하도 걱정거리다.

또 하나, 챤스 때마다 무기력한 타격으로 공격의 맥을 끊고 있는 3번타자 최정의 쓰임새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평소 선수들을 믿는 스타일인 이만수 감독대행의 성격상 최정을 스타팅에서 빼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부담이 적은 하위타선으로 조정을 해보는 등의 변화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이틀 연속 경기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투수전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하고, 화끈한 타격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팀 타자들의 공격력은 무기력하다. SK 타선은 더욱 심각하다. 5번부터 9번까지가 거의 블랙 홀 수준인 타선을 가지고 경기에 이기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욕심이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