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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한화 16차전 - 한화만 만나면 작아지는 삼성

by 푸른가람 201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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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에게도 전날 당한 패배는 충격적이었던 같습니다. 박한이와 신명철, 조영훈 등 주전 3명을 바로 2군에 내리는 등 무려 17개의 탈삼진을 내주며 무기력하게 무너진 타선에 대해 극약 처방을 내린 셈입니다. 믿고 기다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음을 선수단에게 경고했다고 봐야겠습니다. 분위기 쇄신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믿었던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깊은 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됐습니다.

사실 어제의 무기력한 패배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오늘 패배의 상처는 그 이상입니다. 불패신화를 써내려가던 매티스가 무실점으로 잘 막다가 7, 8회 경기 막바지에서 상대에 역전을 허용했다는 자체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경기 후반 단 한점차의 리드 조차도 든든히 지켜냈던 불펜진이기에 오늘 패배는 단순히 1패 이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2군으로 내려간 타자들의 빈 자리는 조동찬, 모상기, 김헌곤이 채웠습니다. 모상기가 안타를 쳐주긴 했지만 공격력 자체에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누구나 2군으로 내려갈 수 있고, 2군에서 잘하면 언젠가는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선수단에 강력히 심어주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프로야구판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한때 선두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던 SK, KIA가 동반 하락세에 있다는 것이 선수단에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도 사실일 겁니다. 연패를 거듭한 상황에서도 2위권과의 격차는 여전히 5게임 정도로 여유가 있습니다. 사실 어처구니 없는 연패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삼성의 1위 수성은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방심하는 그 순간 위기는 찾아오는 법입니다. 상대가 하락세일 때 차이를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1위 자리를 일찌감치 굳혀 놓으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포스트시즌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지가 멀지 않았습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박차를 가한다면 5년만의 패권 도전 가능성을 좀더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무대 데뷔 후 세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매티스는 오늘 경기에서도 안정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요리하며 시즌 4승째를 눈앞에 뒀지만 믿었던 불펜 투수들의 부진으로 승리 일보 직전에서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습니다. 6회까지 거의 완벽한 피칭을 보였던 매티스는 7회말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가며 힘이 떨어진 탓인지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정현욱에게 넘긴 것이 오늘 승부의 분수령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현욱, 권혁, 안지만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의 피칭은 많이 아쉽습니다. 정현욱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완벽한 제구에 신경쓰다가 오히려 제구가 흔들리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급 타자 김회성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승부를 펼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습니다.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권혁이나 기어이 역전을 허용한 안지만 모두 매티스 앞에 고개를 들기가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삼성에 유일하게 시즌 성적에서 앞서 있는 한화의 반격은 역시 매서웠습니다. 7회말 단 한번의 기회에서 매티스와 정현욱을 공략하며 1점차까지 따라 붙더니 기어이 8회에는 만루 챤스에서 3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으로선 한화가 하위권에 처져 있기에 망정이지 4강권 안에 들었더라면 포스트시즌에서도 괴롭힘을 당할 뻔 했습니다. 유독 한화에 발목잡히는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세번이나 내용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게임이었습니다만..결론은 기분나쁜 패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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