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442

상주 남장사가 드라마에 나왔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제 고향 상주에 있는 남장사가 나오더군요. 수양의 딸 세령이 김종서의 아들 승유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준 '승법사 여리'라는 혈서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간 절이 바로 남장사 였습니다. 별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밤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많이 본 곳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붉은 연등이 매달려 있는 곳은 극락보전 앞입니다.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정갈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라 갈 때마다 참 기분이 좋은 곳인데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만나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물론 실제로 보면 화면보다는 못하겠지요. 사진이나 영상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 하는 속성이 있는 법이니까요. 이 곳은 개인적으로 남장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보광전입니다. 특이하게도 보광.. 2011. 8. 21.
고운사 만덕당 마루에 앉아 등운산을 바라보다 연휴 첫날 의성에 있는 고운사를 찾았습니다. 그 이전에도 고운사는 여러번 다녀왔었는데 이렇게 무더운 한여름날 가기는 또 처음이었네요.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날은 역시나 무척 더웠습니다. 이따금씩 구름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쉼없이 흘러가는 뭉게구름이 있어 사진찍기는 좋더군요. 매번 카메라 기종은 달라졌지만 찍힌 사진을 보면 비슷합니다.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나 새로운 구도를 시도해 봄 직도 한데 늘상 비슷한 것을 보면 부지불식간에 굳어지는 습관이란 것이 무서운 겁니다. 이번에는 LX3라는 똑딱이를 들고 아주 편하게 고운사를 한바퀴 잘 돌아보고 왔습니다. 원래 고운사 들어가는 숲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잘 다듬어진 흙길은 매번 걸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다.. 2011. 8. 17.
똑딱이와 함께 한 토요일 아침의 대구 수목원 산책 아침잠이 워낙에 많은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날은 일찍 눈에 떠지더군요. 사흘간의 황금연휴(?)의 첫날을 무의미하게 보낼 순 없다 싶어 달콤한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채비를 차렸습니다. 막상 나오긴 했는데 마땅한 행선지가 떠오르질 않더군요. 전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늘 찾는 곳은 한두시간 이내인 것 같습니다. 우선은 가까운 대구수목원으로 향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대구수목원이야 수없이 자주 다녀본 곳이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부지런을 떠는 경우는 처음이었으니까 색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들더군요. 마침 3년만에 다시 영입한 똑딱이만 하나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수목원 구석구석을 걸었습니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이른 시간에 수목원으로 운동나온 분들이.. 2011. 8. 16.
연꽃 보러 갔다 백일홍만 보고 돌아온 경주 서출지 휴가 첫날이었다. 휴가라고 해봐야 겨우 사흘에 불과하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주로 향했다. 어차피 행선지를 정하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맘때면 서출지에 연꽃이 필 때가 되었겠지 싶어 금방이라도 산에 걸려 있는 구름 속에서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남산 밑 서출지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주변이 휑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없었던 게 아니다. 7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9월까지 핀다는 서출지의 연꽃은 아직 철이 일렀다. 연못 한가운데에 조금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녀석들이 몇 보이긴 했지만 아직 며칠은 더 기다려줘야 할 것 같다. 연꽃 대신 배롱나무꽃이 지천이라 다행스러웠다. 지난해 봄 이곳을 찾았을 때는 노란 개나리들이 날 반겼었는데. 예전 경주에 살 .. 2011. 8. 8.
안압지에서 만개한 연꽃을 만끽하다 안압지는 봄날 저녁의 야경이 일품이다. 여러 경주관광 관련 사이트나 안내 팜플렛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안압지의 야경 사진은 그 자체로도 황홀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그 진정한 멋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바람이 고요하게 자는 봄날 저녁에 안압지를 찾아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기 전에 안압지 구석구석에 있는 좋은 야경 포인트를 잡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빛과 하나둘씩 켜지는 인공의 불빛들이 절묘하게 조우하는 모습을 만나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스런 경험이 될 것이다. 그저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두는 것 보다는 사진 한장으로 남겨두면 시간이 지나도 언제고 이날의 감흥을 다시 떠오릴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그에 못지 않은 것이 안압지의 연꽃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안압지가 아니라 주변.. 2011. 8. 7.
숨겨진 보물같은 경주 흥덕왕릉의 비경 녹음이 우거진 계절이다보니 확실히 소나무숲의 푸르름도 느낌이 다릅니다. 수백 그루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이무기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승천하려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합니다. 이 울창한 숲을 지나면 비밀스런 왕의 무덤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무인상과 석사자상이 호위하듯 무덤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 흥덕왕릉은 제게는 숨겨진 보물같은 곳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언제 가더라도 호젓하게 나만의 산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경주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위치이고 찾아가기도 그리 쉽지 않다보니 일반인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주에서야 흔하디 흔한 것이 무덤이니까요. 하지만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의 솔숲은 다른 어떤 곳과 .. 2011. 8. 7.
흙먼지 날리며 병산서원을 다녀오다 모처럼 병산서원에 다녀 왔습니다. 이곳 역시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곳입니다. 하회마을로 들어서는 길을 지나 낙동강변 쪽으로 좀더 들어오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됩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길입니다. 차라도 한대 지나갈라치면 온통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요즘같은 세상에선 쉽게 만나기 힘든 길이기도 합니다. 처음 병산서원을 찾았을 때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했었지요. 그때는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하기만 한 이 길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병산서원 가는 길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하루빨리 포장작업을 하도록 안동시에 건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몇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또다른 마음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 있.. 2011. 7. 7.
황악산 아래 길상지지(吉祥之地)에 세워진 직지사 마치 처음 가 보는 곳인 것처럼 설레임을 안고 직지사를 찾았다. 일 때문에, 혹은 친구들과 이곳에 왔던 것이 대여섯번은 되는 것 같은데 묘하게 절 풍경이 생소하다. 차라리 절 입구에 깔끔하게 조성해 놓은 직지문화공원 모습이 눈에 익다. 이번에는 제대로 직지사 구석구석을 돌아볼 생각으로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직지사로 향했다. 마침 직지문화공원에서는 풍물패 공연이 있어 시끌벅적하니 활기가 넘쳤다.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었다 갈 수 있는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생각해 본다. 일주문으로 향하는 숲길이 싱그럽다.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으로 포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흙길이라 걷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수령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 보이지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 2011. 6. 8.
계룡팔경의 하나인 가을 풍경이 기대되는 계룡산 갑사 실제로 가 본 갑사는 생각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갑사의 가을이 계룡팔경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절경이라지만 갑사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초여름의 신록 또한 동학사 계곡의 신록에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는 큰 절이었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계룡산 갑사라고 씌어진 일주문을 지나면 멋진 풍경들이 반겨준다. 수령 수백년은 훌쩍 넘은 고목들이 넉넉한 품으로 하늘을 가려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진 나무를 따라 담쟁이가 짝을 이뤄 하늘로 내달리고 있다. 피곤에 찌든 두 눈이 아주 호강을 하는 느낌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갑사 구석구석에는 연등이 가득이다. 알록달록한 연등의 다양한 색이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산과 계곡의 모습.. 2011. 6. 7.
해질 무렵 햇살처럼 따사로운 기억의 부여 무량사 몇해전 경주 서출지를 들렀다 우연히 만나게 된 무량사란 절이 있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경주 무량사라는 절의 유래나 기원을 알 방법이 없었는데 그 덕분에 충남 부여에 같은 이름을 지닌 무량사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 빚어낸 필연이었을 것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부여 무량사에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약속을 생각보다 빨리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주와 부여의 여러 곳들을 다니다보니 계획보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무량사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 다 됐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주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미 절 구경을 다 마친 일행이 돌아 나오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데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적막 속에 유독 도드라지게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신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내.. 2011. 6. 6.
바람결에 실려오던 종소리가 떠오르는 청양 고운식물원 충남 여행중에 칠갑산이 있는 청양을 빼놓을 수 없어 둘러볼만한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 고운식물원이었다. 천문대가 유명하긴 하지만 하필이면 1박2일이 다녀간 지 얼마되지 않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다. 고운식물원. 일단은 이름이 참 좋다. 경북 의성에 있는 고운사란 절의 이름을 혼자 불러 볼 때마다 참 절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 고운식물원도 딱 그 이름에 걸맞는 곱고 친절한 식물원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이용해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운식물원은 오르내리는 가파른 길이 많다. 산을 깎아내서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지 않다보니 당연히 사람들이 조금 더 힘든 노고를 해야 한다. 사람이 조금 힘든 대신 자연이 덜 상처를 받는 셈이니 .. 2011. 6. 5.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그림이 있는 정원' 그림이 있는 정원에는 잘 가꿔진 정원이 있고,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림이 있다. 그리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함께 하고 있는 공간이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 3만평의 대지를 30년간 땀으로 가꿔 지난 2005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교통사고로 인해 구필화가로 변신한 임형재 씨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86년 단국대 관상원예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이듬해 사고를 당해 혼자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다. 최고의 전통가구 명장이었던 아버지 임진호씨는 하루종일 누워 지낼 수 밖에 없던 아들을 위해 창밖 잘 보이는 자리에 소나무 두 그루를 심었고 이후 10년여의 세월이 흘러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수목원을 이.. 2011.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