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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은진미륵의 빛으로 가득찬 논산 관촉사

by 푸른가람 201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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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는 논산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반야산이라는 나즈막한 산에 자리잡고 있는 관촉사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공주 마석사의 말사로 고려 광종 19년(968년)에 혜명이라는 스님이 불사를 시작해 1006년에 완공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절은 역시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관촉사를 찾았던 것도 순전히 이 은진미륵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주문을 지나고 반야교를 건너 여러 개의 계단을 올라 그리 넓지 않은 관촉사 경내에 들어서면 저 멀리 은진미륵의 거대한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보물 제218호이기도 한 은진미륵은 완성하는데만 무려 38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상을 굽어 살펴보고 있는 이 은진미륵은 높이가 18.2m, 둘레가 9.9m에 이르는 거대한 석불입니다. 석불로서는 동양 최대의 규모라고 하네요. 옛날에 중국의 한 명승이 이 은진미륵을 보고 아침 햇살이 빛날 때 이 미륵불이 마치 촛불을 보는 것처럼 빛난다 해서 관촉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부처님의 형상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토속적인 느낌이 강한 데 고려시대 불상이 지방화한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합니다. 조형미만 두고 본다면 결코 잘 만들어진 불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조금은 둔탁하고 단조로운 모습이 오히려 정감이 갑니다.



이 미륵보살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있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옛날에 오랑캐들이 압록강을 건너 고려를 침입했을 때 일이라고 합니다. 오랑캐들이 압록강의 깊이를 알 수 없어 건너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스님 한분이 나타나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는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안심한 적군들도 압록강을 따라 건너다 빠른 물살과 깊은 강물에 빠져 목숨을 건진 이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합니다. 겨우 목숨만 건진 적장이 스님을 찾아가 칼로 목을 내리쳤는데 칼만 부러지고 스님은 어디론가 사라졌다네요. 그 스님이 바로 이 은진미륵이고, 그 칼에 맞아 은진미륵의 모자가 쪼개졌다 합니다. 지금도 국가에 재난이 닥칠 때면 관촉사 은진미륵이 땀을 흘린다고 하니 그저 재미로만 들을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관촉사의 또다른 볼거리가 바로 이 석등입니다. 보물 제232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석등 역시 은진미륵이 만들어진 시기에 같이 만들어 졌는데 그 규모에 있어서 구례 화엄사의 석등 다음이라네요. 이 석등 사이로 은진미륵의 다양한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석등이란 것이 무지한 중생을 부처님의 자비로 밝게 제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어쨌든 이 관촉사는 빛의 절이라 할만 합니다.




관촉사 범종각 옆에는 나즈막한 석문이 세워져 있는데 이 석문은 옛날에 관촉사로 들어오던 입구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예전에 관촉사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를 막기 위해 담장을 쌓고 사방에 문을 만들었는데 그 중 동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지금 남아 있는 석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윤장대라는 것입니다. 예천의 용문사에 갔을 때 법당 안에 있는 윤장대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처음 봅니다. 윤장대는 불교 경전을 넣어 둔 책장이라고 보면 되는데 여기에 축을 달아서 사람들이 돌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 윤장대를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은 공덕을 쌓는다고 해서 저도 몇바퀴 돌려 봤습니다.





검은 개 한마리가 따뜻한 봄 햇살을 쬐고 있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장난을 걸어봤는데도 요지부동이네요. 제 주인한테만 마음을 주나 봅니다. 절에 가면 간혹 이런 개들을 만나게 되는데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알고보면 모두 무슨무슨 보살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꼭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절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다보면 절로 성불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1914년에 만들어졌다는 현대식 구름다리인 반야교를 건너 관촉사를 내려 옵니다. 벌써 서쪽으로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천년을 변함없이 반야산 산자락에서 세상을 빛내고 있는 은진미륵의 따뜻한 미소가 포근히 땅으로 내려앉고 있는 느낌입니다. 논산 관촉사는 앞으로도 은진미륵의 빛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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