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면 대구에도 갈만한 곳들이 꽤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인흥서원도 그런 곳 중 하나지요. 인흥서원은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서원으로 고려 말기의 문신 추적을 배향하기 위해 세워진 곳입니다. 추적의 후손인 추세연과 지역 유림이 순조 25년(1825년) 뜻을 모아 설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서원은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에도 훼철되지 않아 창건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원내 건물은 총 5개 동인데, 강당과 동재, 서재, 문현사, 숭봉문이 있고 사당인 문현사 바깥에는 장판각이 있습니다. 특히 장판각에는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명심보감판본이 소장되어 있어 문화재에 관심있는 분들에겐 꼭 한번 찾아볼 가치가 있을 것 같네요.
인흥서원 입구 오른쪽에는 추적의 신도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신도비는 종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사람의 무덤 근처 큰길에 세워져 있는 비로 조선후기의 문신 신석우가 건립한 것이라고 하네요. 인흥서원에 가면 추적 선생의 14대 손이라는 추연섭 어르신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 추운 겨울날 난방도 전혀 안되는 서원 마루에 앉아서 꼿꼿한 자세로 책을 읽고 계시더군요. 서원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서원의 기원으로부터 건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명신보감판본까지 손수 장판각 문을 열고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 어떤 문화해설보다 귀에 쏙쏙 잘 들어 옵니다.
대구공고 교사로 재직하셨고 군위 소보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퇴직하셨다고 합니다. 한문이면 한문, 영어면 영어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십니다. '명심보감연의'라는 책을 직접 쓰셨다고 하는데 이 책을 만원에 판매하고 계십니다. 하필이면 가진 돈이 한푼도 없어 설명만 듣고 나오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다음에 또 한번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흥서원 근처에는 남평문씨 세거지도 가까이에 있어 가는 김에 같이 보고와도 좋습니다. 위치만 근처에 있을 뿐, 인흥서원과 남평문씨 세거지와는 별다른 연관은 없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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