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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베테랑 박진만 IN, 노장 양준혁 OUT?

by 푸른가람 201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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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 삼성이 플레이오프전 엔트리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전이 끝나봐야 플레이오프전 상대에 걸맞는 적임자들을 뽑을 수 있을테지만 미리 점찍어둔 핵심요원들을 제외하면 아직 빈자리가 많다. 고만고만한 후보들은 많지만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선수들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큰 경기에서는 역시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동열감독이 포스트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가 경기장 분위기에 주늑들지 않고 제 기량을 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선감독은 올시즌의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던 박진만을 전격적으로 1군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물론 박진만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다. 아니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최고의 유격수였다. 그러나 모두 화려한 과거의 일이다. 2010년 시즌만 두고 얘기하자만 박진만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노쇠화로 인해 2군에서조차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원래 포지션이 아닌 3루 수비까지 연습할 정도로 기량이 예전같지 않은 상태다.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박진만이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그 경험이 한해 걸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 선수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 올시즌 삼성의 주축으로 떠오른 젊은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박진만의 1군행은 다분히 포스트시즌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양준혁의 기용은 어떨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양준혁이다. 1993년 입단 첫해 LG와의 플레이오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를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포스트시즌 출전경험을 가진, 산전수전 다 겪은 양준혁 역시 젊은 선수들에게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페난트레이스를 치뤄오면서도 그런 역할을 묵묵히 해왔던 양준혁이지만 특히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양준혁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양준혁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낄 가능성은 0.1%도 되지 않아 보인다. 지난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은퇴경기를 앞두고 이미 선동열감독은 양준혁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의중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전권을 쥐고 있는 감독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말릴 수야 없겠지만 두고두고 아쉬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경험많은 베테랑이 필요해 2군에 있던 박진만을 불러올린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진만이 양준혁에 비해서는 젊은 선수이겠지만 그 역시 이미 전성기를 지나 급격한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고, 그 하락세는 오히려 양준혁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다.

풋워크가 기민하지 못하고 포구 또한 불안정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어차피 공격보단 수비에서의 역할이 돋보이는 박진만이라면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용도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큰 경기 경험이 일천한 김상수를 대신해 박진만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조동찬 대신 박진만에게 3루를 맡길 것인가?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시즌 말미의 선수 기용 행태를 본다면 사실 양준혁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될 리도 없지만, 설사 그 자리에 낀다고 해도 제대로 기량을 펼칠 수도 없을 것이다. 페난트레이스에서 조차 제대로 출전기회가 없어 타격감을 이어가지 못한 양준혁이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안타치고 홈런 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베테랑이라는 이유로 박진만은 되고, 양준혁은 안된다면 그건 문제다. 앞뒤가 안맞는 얘기고, 선동열감독이 시즌 말미에 언론에 흘렸던 말을 스스로 뒤엎어버리는 것이 되는 꼴이다. 굳이 양준혁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어 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다. 이미 그것은 물건너 간 얘기고 더이상 선감독에게 기대도 없다. 그러나 프로구단 감독쯤 된다면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얘기다. 누구는 베테랑, 누구는 퇴물 취급하지 말아줬으면 진심으로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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