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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이용찬과 가르시아에 회초리 든 KBO의 잣대는 공정했나

by 푸른가람 201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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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의 상벌위원회 소식이 들려 오네요. 이번 안건은 두 건이었습니다. 얼마전 음주운전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던 두산 이용찬과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다 시즌 두번째로 퇴장 판정을 받은 롯데 가르시아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두 선수 모두 잔여 경기 출장 금지에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 부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일단은 징계 기준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비슷한 사안을 두고 어떤 경우엔 지나치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반면, 또 정반대의 경우엔 당사자는 물론 제3자가 보기에도 납득하기 힘든 중징계가 내려지기도 합니다. 이번 경우도 전례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용찬의 경우는 예상보단 처벌 수위가 약합니다. 음주운전으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겨우 잔여경기 출장 금지라니요. 이건 어느 팀의 팬 여부를 떠나 객관적이고도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비록 인명사고는 아니었다 할 지라도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음주문화에 지나치게 관대한 야구팬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보다 강한 징계가 내려졌어야 마땅합니다.

KBO에서는 이용훈에 대한 두산 베어스 구단 자체 징계(벌금 500만원, 남은 시즌 아웃, 연봉 동결, 사회봉사 활동 200시간)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두산 구단이 얘기한 남은 시즌 아웃이란 결국 페난트레이스 잔여 경기에 출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일까요? 팬들은 당연히 포스트시즌에도 나와선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또 구단에서 당연히 그렇게 자체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인성보단 당장 눈앞의 성적이 우선이라는 얘기가 되겠네요. 실망스럽습니다.


두산 구단도 그렇고, KBO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용찬 탐나는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올시즌 2승 1패 25세이브를 올리며 두산 마운드의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당장 이용찬이 빠진다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가 걱정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죄값도 치르지 않은 선수를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리겠다는 발상은 지나쳐 보입니다. 지금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담금질을 할 때가 아니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네요.

반면 가르시아는 억울한 입장입니다. 그라운드 안에서 순간순간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둘러싸고 타자와 심판, 투수와 심판 간의 신경전은 비일비재 합니다. 때론 그것이 지나쳐 감정싸움, 몸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도 야구의 일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 가르시아에 대한 가중처벌(?)은 지나치게 혹독한 처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KBO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가르시아가 초범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이번 징계의 발단이 된 지난 8일 삼성과의 경기 이전에도 5월 20일 군산 KIA전에서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중징계가 불가피했다는 뜻입니다. 팬들이 얘기하는 '괘씸죄'가 적용한 것일 수도 있고, 높으신 야구인들 사이에서 외국인 선수가 한국야구를 얕보지 못하도록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무엇이 맞든 간에 낯뜨거운 일입니다. 외국인 선수가 덕아웃에서 의자를 내던지고, 심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모습들에만 기분 나빠져서는 외국인 선수에게는 유독 가혹한 한국야구의 텃세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나 봅니다. 무엇이 더 큰 문제일까요. 제발 야구장에서만큼은 피부색, 국적, 출신지역 등의 이유로 불공평한 차별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는 언제까지나 정정당당한 스포츠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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