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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아웃카운트 하나에 날아간 페난트레이스 우승의 꿈

by 푸른가람 201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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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바쁜 삼성이 KIA에 발목을 잡히며 선두 SK와의 승차가 3게임으로 벌어졌다. 오늘 패배로 삼성은 사실상 1위 싸움을 접고 플레이오프 대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아직 잔여경기가 10경기 이상 남아 있어 산술적으로 역전 우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SK의 전력이 안정세에 접어 들었음을 고려해 볼 때 삼성이 SK를 제치고 1위에 오르려면 8할대 이상의 승률을 막판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선 생애 최다승인 13승 도전에 나선 에이스 장원삼이 5회 투아웃 이후 갑작스런 난조에 빠진 것이 뼈아팠다. 겨우 아웃카운트 하나가 문제였다.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장원삼은 김상현을 상대로 볼카운트 2-0의 유리한 상황에서 불구하고 2-3으로 몰린 후 기어코 통한의 역전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2회에도 2사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하더니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긴 5회말에서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물론 현재윤의 투수 리드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마땅히 투수교체를 해야 할 정도로 장원삼의 난조가 눈에 띈 상황이었지만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장원삼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었다. 

삼성 벤치의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워줄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치명타를 입힌 꼴이 되긴 했지만 삼성으로서도 그리 실망할 일은 아니다. 어찌보면 시즌 막판까지 기약없는 순위싸움으로 힘을 빼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두산, 롯데를 대비한 포스트시즌 전략을 짜는 것이 삼성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KIA 선발 로페즈는 오늘 경기에서도 1:0으로 앞서던 4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투수 앞 번트타구를 1루에 악송구 하며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하는 등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7이닝 4실점(3자책)으로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나 야수들의 실책에 유독 민간한 모습을 보였던 그였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많이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포기하지 않고 경기 막판까지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지만 KIA 마무리 안영명의 위력적인 투구에 막혔다. 들쭉날쭉한 제구로 고생하던 안영명이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만은 달랐다. 빠른 공의 위력도 좋은데다 스트라이크죤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까지 더해지며 삼성 타자들의 추격의지를 꺾어 버렸다. 안영명이 오늘 경기처럼만 던져준다면 불안한 KIA의 뒷문단속도 좀더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오늘 승리로 4강행에 실낱같은 불씨를 되살릴 수 있게 됐다. 4위 롯데와의 승차는 5게임으로 줄어 들었지만 롯데는 KIA보다 2게임을 더 많이 남겨두고 있는데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호랑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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