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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팀 레딩의 험난한 한국야구 적응기

by 푸른가람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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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10승 투수 팀 레딩의 한국무대 첫 승 신고는 또다시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비로 두번이나 선발 등판이 미뤄져 11일만에 9월 1일 넥센전 마운드에 오른 레딩은 또다시 5회말 찾아온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하위권팀인 넥센을 맞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복병은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있었다.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한 것은 홈런이 아니라 심판과의 불필요한 마찰이 그 원인이었다.3:2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5회말 2사에 주자를 3루에 두고 김민우가 타석에 들어선 상황. 레딩이 손에 흙을 묻힌 후 유니폼 하의에 닦는 모습이 박근영 구심에게 포착됐다. 반칙투구를 의심한 구심은 즉각 공을 교체하라며 주의를 줬다.

이쯤에서 상황이 종료됐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었겠지만 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레딩이 결국 김민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결국 레딩은 다음 타자 유한준 타석에서 재차 구심과 3루심에게 지적당한 후 동점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한국무대 첫 승에 불과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긴 상황이었다. 전날 장원삼에게 5회 투아웃 상황에서 정에 이끌려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쳤던 선감독이 이번에는 지체없이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미 경기 분위기는 넥센 쪽으로 기운 뒤였다. 2사 2,3루 상황에서 구원등판한 권혁은 가운데로 쏠리는 밋밋한 공을 던지며 송지만에게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레딩에게 결국 한국무대 첫 패를 안겨주고 말았다.

레딩으로선 잃은 게 너무 많은 게임이었다. 한국 프로무대 데뷔후 세번째 선발등판이었다. 이전의 두번의 선발에서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탓에 자존심도 많이 상한 터였다. 이른바 농군패션으로 나름 첫 승에의 각오를 다지고 나왔건만 하필이면 5회 2사후에 사단이 났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다.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보다 심판진이나 기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됐다는 것이 더 우려스럽다. 한마디로 완전히 "찍혔다"는 거다. 벌써부터 이날 레딩의 행동을 두고 한국야구를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앞으로의 한국무대 적응이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레딩의 구위 자체는 괜찮아 보였다. 직구의 빠르기도 괜찮았고 볼끝도 좋았다. 문제는 스트라이크죤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제구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와 직구의 위력을 배가시켜 줄 수 있는 낙차큰 변화구를 적재적소에서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보여진다. 레딩이 조만간 한국무대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비관적이다.

물론 미국과 다른 한국의 스트라이크죤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타자들의 공격 성향에 있다. 비록 일본야구의 세밀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해도 미국 타자들의 타격 스타일에 비한다면 우리 타자들은 타석에서 엄청난 인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눈야구'에 능숙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입맛에 맞지 않는 유인구를 커트해 내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레딩이 이전까지 미국에서 던지던 스타일대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려 든다면 백이면 백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수준이야 메이저리그가 몇단계 높겠지만 이건 수준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 스타일의 문제인 것이다.

한국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하나의 방법은 역시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배팅볼 투수로 전락하며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아냥을 듣긴 했지만 2001년 페난트레이스에서만은 거칠 것이 없었던 갈베스의 성공사례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과연 레딩이 그 정도의 강심장을 지니고 있을까? 예민한 것이 투수라고는 하지만 심판진과의 작은 언쟁 하나에도 흔들리고 마는 지금과 같은 레딩이라면 한국무대 적응은 요원해 보인다.

* 기록은 스탯티즈( http://www.statiz.co.kr )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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