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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가을잔치 앞둔 롯데 마운드의 두 보배, 김수완과 이재곤

by 푸른가람 201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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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4위 싸움이 막판까지 펼쳐치리라던 전망은 예상보다 빨리 승부가 나버린 형국이다. 8월 23일 현재 롯데는 KIA에 6게임차 앞서며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와 함께 타격 부문을 양분하던 홍성흔이 예기치못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4위 싸움에 먹구름이 낄 것처럼 보였지만 롯데는 SK와 두산을 상대로 믿기힘든 6연승 행진 속에 4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롯데의 막판 대공세의 중심에는 역시 타격 7관왕을 노리고 있는 4번타자 이대호가 있다. 이대호는 전무후무한 9게임 연속 홈런기록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지난 2003년 이승엽, 심정수 이후 무려 7년만에 40홈런 고지도 가볍게 돌파했다. 유일한 경쟁자였던 홍성흔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2010년 시즌 이대호의 성장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대호의 공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수완, 이재곤이 바로 그들이다. 또하나의 신고선수 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김수완의 연승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김수완은 7월 22일 한화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한경기 반짝하는 신인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다음 경기였던 LG전에서 3과 2/3이닝동안 2개의 홈런을 포함 9안타 3사사구를 내주며 무려 6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평범한 신인 같았으면 바로 좌절했을 법도 한데 김수완은 고비를 넘어섰다. 8월 5일 두산전에서 무실점으로 2승을 신고한 이후 선두권 팀들인 삼성, SK, 두산을 상대로 승리 숫자를 늘여가고 있다. 역시나 압권은 1위 SK를 상대로 거둔 생애 첫 완봉승이었을 것이다. 최강자를 상대로 거둔 완벽한 승리가 김수완에게 무엇보다 큰 자산인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경남고를 거쳐 '07년 롯데에 지명되었던 이재곤은 기대주였지만 그동안은 팬들에게 어필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잠재되어 있던 그의 포텐이 바로 올시즌에 터진 것이다. 조금 기복이 있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도 분명 기대해 볼 만 하다.

이재곤은 올시즌 17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평균자책 3.99를 기록중이다. 탈삼진 숫자에 비해 사사구 허용이 비교적 많은 점과 피홈런 숫자가 많은 게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신인급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를 박하게 할 요소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상대로 유력시되는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강한 면(2승 무패, 평균자책 2.08)을 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큰 경기 경험이 일천한 젊은 투수에게 포스트시즌에 선발 임무를 맡길 가능성은 분명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도스키(두산전 1승 평균자책 1.29)를 제외하고는 장원준이 두산전에 1승 1패에 평균자책 9.72를, 송승준이 1승 2패 평균자책 4.29를 기록중인 상황에서 단순히 큰경기 경험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김수완이나 이재곤을 선발 후보에서 후순위로 내리기에는 롯데의 사정이 여유롭지 못해 보인다.

글을 시작할 때는 치열하리라던 4위 싸움이 자칫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결정된 것처럼 보였던 1위 싸움이 SK의 끝없는 추락과 맞물리며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어 최종 1위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김수완, 이재곤이라는 롯데의 두 유망주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올시즌 삼성도 차우찬이라는 만년 기대주가 각성하며 에이스 모드를 보여주고 있어 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지만 롯데의 두 신인 김수완과 이재곤의 활약도 놀라운 수준이다. 어디서 저런 선수가 갑자기 나타났는지 의아할 정도라고나 할까. 가을잔치 손님이 누가됐든 간에 김수완과 이재곤을 상대해야 하는 상대팀으로서는 골치아픈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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