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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우즈, 든든한 주니치 투수의 행복지킴이로 롱런하길..

by 푸른가람 200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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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런 우즈. 1998년 프로야구에 외국선선수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나 흑곰 우즈를 얘기할 것이다. 한국 입국 첫해 42홈런의 괴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장종훈이 가지고 있던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워 버렸다. 한시즌 41홈런 기록은 당시로선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대기록이었다.

98년 시즌 중반까지는 이승엽의 리드가 이어졌지만 막판 우즈에게 대역전을 허용하며 2인자에 머문 이승엽은 설욕을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99년에 그 약속을 지켜냈다. 돌이켜보면 99년은 이승엽의 홈런소식에 전국이 들썩거렸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9시뉴스에 이승엽의 홈런소식이 속보처럼 전해졌었고 야구를 모르던 사람들도 이승엽과 홈런 이라는 단어에는 익숙해져 갔다.

그들의 라이벌관계는 우즈가 한국을 떠나기전까지 계속됐다. 운명적인 라이벌이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존중했다. 발전적 라이벌이었다고 할까? 우즈에게는 모르겠지만, 이승엽에게는 분명 우즈라는 존재가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는 자극제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홈런전쟁은 우즈가 2003년 일본 요코하마로 팀을 옮기며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당시 이승엽에게는 일본리그는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빅리그 도전을 공식화하며 2003년 시즌을 보낸 이승엽에게 빅리그는 선뜻 문을 열어주기 않았고 결국 그는 일본으로 기수를 돌려야 했다. 이렇게 둘은 다시 일본땅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불과 1년 사이에 두사람의 처지는 정반대에 서 있었다. 우즈가 비록 타율은 저조했지만 시원스런 홈런포를 내뿜으며 요코하마의 주포로 자리잡고 있었다면 이승엽은 일본에서는 인정하려 들지 않는 '아시아 홈런킹'이라는 명함을 일본 롯데의 발렌타인 감독에게 내밀며 자신을 세일즈해야 했다. 곧이은 정규시즌에서의 부진으로 이승엽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타자가 일본의 일개 프로구단의 하위타선에서, 그것도 상대에서 좌완투수를 내보내면 타선에서 빠져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승엽은 2005년에는 30홈런 이상을 쳐내며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화이팅을 보여 주었다.

이때만 해도 둘은 다른 곳에서 뛰고 있었다. 우즈는 일본 최고의 센트럴리그, 이승엽은 실력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다는 퍼시픽리그 소속이었다. 두 선수간의 직접적인 비교로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2006년 이승엽이 일본최고 명문구단인 요미우리로 이적하면서 그들의 라이벌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우즈도 요코하마에서 주니치의 4번타자로 옮겼다. 요미우리와 주니치는 일본야구에서는 유명한 라이벌 구단이다. 라이벌구단의 4번타자가 10년을 이어온 라이벌 선수들로 채워졌다는 것 자체도 팬들로선 흥미거리겠지만 정작 이승엽에게는 그리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즈를 누르고 홈런왕에 오르겠다는 이승엽의 의지는 무서웠다. 중반까지 놀라운 페이스로 홈런레이스를 이끌던 이승엽이 다시 막판에 삐긋거렸고, 98년과 같이 우즈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이승엽으로서는 9년만에 다시 맛보는 치욕적인 패배의 쓴맛이었다.

2007년에 들어서도 이승엽은 우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시시때때로 우즈가 자극적인 인터뷰를 이승엽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두사람 사이에서 특별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비록 라이벌이었지만, 그들은 또한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동반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영웅이 이제는 서로 등을 돌린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시리즈 진출팀을 놓고 벌인 양팀간이 클라이막스 시리즈 3차전에서 보여준 우즈의 행동은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아 왔던 국내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오늘 일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제의 행동에 대해 "투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누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르겠다. 1998년 두산선수시절 그는 빈볼시비로 류택현을 향해 김동수로 돌진하자 육중한 몸으로 그를 제지한 일이 있다. 이 경우라면 그의 인터뷰에 수긍이 갈만도 하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전혀 달랐다. 이승엽은 투수에게 달려들지도 않았고 그저 항의의사를 표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우즈는 도대체 왜 이승엽에게 거칠게 대들었을까? 평범한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믿음직한 우즈가 지켜낸 투수행복" 이라는 일본신문속의 그 유치한 표현이 사실이라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그의 행동이 고도의 계산된 행동이었든지, 우발적인 것이었든지간에 비록 타팀이었지만 그동안 OB-두산시절에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들과는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우즈. 일본에서 주니치 투수들의 행복지킴이로 부디 롱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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