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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오래된 집에 머물다 - 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이야기

by 푸른가람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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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라는 전형적인 도시의 삶의 형태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나만의 개성을 담은 집을 지으려는 노력들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풍광 좋은 자리에 터를 잡고 멋진 전원주택을 짓는다. 여러 이유로 도시의 편리함을 버리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리 넓지 않은 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제주도에 살고 싶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젊은 남녀가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제주도의 어느 한적한 동네에 버려져 있던 오래된 집에 머물었다. 여러 개의 작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가장 오래된 안채는 100년 가까이 된 집이었다. 그들이 이 집에 처음 들렀을 때에는 마당에 풀이 무성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조차 어려웠단다. 사람의 온기를 잃어버린 집들이 보통 그러하듯이.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주도 같이 아름다운 섬에서 작고 오래된 집에 머무르고 싶다는 꿈을 꾸는 사람은 이들 많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젊은 부부(J와 다비)처럼 오롯이 그들의 힘과 노력만으로 따뜻하고 정겨운 보금자리를 이뤄낸 이들이 얼마나 될까. 책을 읽는 내내 지난했을 그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무언의 성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박다비와 그의 남편 J가 100년된 제주도 집을 그들만의 따뜻한 집으로 고쳐가는 과정의 담아내고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시작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만약에 나였다면 감히 내 손으로 100년도 더 오래된 집을 뚝딱뚝딱 고쳐 사람이 살만한 집으로 변신시킬 엄두를 내지도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그들은 열정적이었고, 엄청난 손재주도 지니고 있었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고난에 지지치 않을 끈기에다 일련의 작업 과정들을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 독자들에게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 도대체 이들한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부러운 사람들임에 분명하지만, 아무나에게 이런 무모한 도전이 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삶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도전은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은 확실하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기존의 삶에서 탈피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려면 현재의 궤적에서 벗어나아먄 한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히며 해 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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