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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by 푸른가람 201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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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한다.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 건데, 혹은 그렇제 하지 말아야 했는데 하는 따위 말이다. 실상은 아무런 보탬도 안되는 후회들이지만 부족한 인간이기에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후회가 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류시화가 엮은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는 유태교의 랍비, 시인, 성직자는 물론 이름 모를 선인들이 남긴 시들이 담겨져 있다. 이들의 시 속에는 지혜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미사여구로 채워져 있지만 왠지 허한 느낌이 나는 글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투영되어 살아 꿈틀대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거투르드 스타인이란 사람이 남긴 '해답'이란 시를 읽고나면 무릎을 절로 치게 된다. 이 얼마나 명쾌한 해답인가. 해답이 없다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란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 또한 인생의 비극이다. 인생의 기로에서 해답을 찾으며 괴로워하고 있을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다.

...했더라면 하는 가정법은 가장 허무하면서도 한편 무의미하다. 이 책에 실린 잠언들에 담긴 삶의 통찰과 지혜를 제대로 읽어낼 필요가 있다. 이미 흘러가버려 되돌이킬 수 없는 세월을 후회하며 아쉬워하기 보다는 앞으로 남은 날을 좀더 의미있게 보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여보자. 그것이 잠언이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유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칼릴 지브란의 시를 소개할까 한다. 이 책에 실린 수십여편의 잠언 중에서 마음을 끄는 그 무언가가 강하게 느껴졌던 시로 기억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세 춤추게 하라."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말처럼 쉽지 않은 가르침이지만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는 참나무와 삼나무와도 같은 우리는 저만치 떨어져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의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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