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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최참판댁에서 내려보던 악양 평사리 들판의 기억

by 푸른가람 201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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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곳을 다녀온 지도 몇주가 훌쩍 지났네요. 역시 세월은 빛의 속도로 흐르고, 그 중에서도 가을은 참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대한민국 땅은 넓고, 가봐야 할 곳은 많은데 올가을 하동 최참판댁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제겐 그래도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 가을 아침의 기억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합니다. 서늘한 바람 속 하동 최참판댁에 올라 발 아래 펼쳐진 악양 평사리의 황금빛 가을 들판을 바라보던 그때의 감흥이 말입니다. 앞으로도 그때의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언제고 다시 찾고 싶은 곳에 이곳 하동 평사리를 추가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사진으로 그때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아쉽습니다. 좀더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었더라면 사진 속에 그때의 마음 뿐만 아니라 향기와 내음까지 온전히 담아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누군가 그랬던가요. 사진에 소리마저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 그기에 향기까지 담아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봄에 하동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목적지는 최참판댁과 평사리 들판, 그리고 근처의 쌍계사였습니다. 그 유명한 하동 팔경중의 하나인 십리 벚꽃길을 따라 가보고 싶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관광버스 행렬에 지레 겁을 먹고 차를 돌려야 했던 아쉬움을 이번에 제대로 풀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섬진강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찾은 가을날의 섬진강은 참 좋더군요. 특히나 전날 밤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서의 그 축축한 느낌 속에 서늘한 가을 바람이 섞여 있는 강내음은 뭐라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섬진강을 떠올리면 그날 아침의 물안개와 더불어 강내음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오던 섬진강 코스모스 길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강릉 선교장에 갔을 때 이런 한옥을 짓고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었는데 이번에 최참판댁을 갔을 때도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토지의 배경으로 유명한 이 평사리 최참판댁이 저는 원래부터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있던 것인줄 착각을 했었는데 드라마 이후 만들어 진 것이더군요.



그래도 그 이후로 한참의 세월이 흐른 탓인지 마치 그 오래 전부터 이곳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던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우리나라 전통 기와집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집입니다. 최참판댁 사랑채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와 넉넉한 악양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그저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게 될 것 같네요.


이곳에 오면 누구라도 대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 하고 크게 소리를 내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이라도 된 것 처럼 말이지요. 이날도 도포자락을 단정히 차려입으신 어르신 한분이 대문에 이르러 한바탕 호령을 하시고는 안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순간만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최참판댁 대문 앞에서 만난 코스모스나 평사리의 황금들판 앞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코스모스나 애잔하고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 어느 꽃보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코스모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년 중 가장 풍요롭고 풍성한 절정의 순간이면서도 곧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계절처럼 붉고 흰 빛으로 자신을 태우는 코스모스를 마음에 담고 하동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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