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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07

남자의 여행 -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을 가진 책이다. 이란 책은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다소 거창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우연찮은 기회 덕분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것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가까와지지만, 사실 남자의 여행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행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성별의 차이라기 보단, 성향의 차이일 것이고 자라온 환경 속에서 자아가 어떤 방향으로 발현되는 것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남자의 여행이라고 해서 여자가 떠나는 여정과 이러이러한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산 것이 아닌지라 오히려 호기심이 더 컸다. 나도 절을 참 좋아라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유명종이란 사람도 절.. 2014. 3. 30.
30초만에 어색함이 사라지는 잡담이 능력이다 누구나 이런 경험 한두번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가벼운 인사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곧 어색한 침묵에 휩싸이고 만다거나, 초면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 얘깃거리가 마땅찮아 대화를 원만하게 이어나가기 어려운 경우 말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난처한 기분을 느끼게 마련이다. 당장 무슨 말을 이어나가야 하지만 적당한 화제를 찾아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일상에서 자주 겪게 되는 이런 곤란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여기에 특화된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은 대학 강단에서 이를 가르치기도 한다. 현재 일본 메이지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사이토 다카시가 지은 라.. 2014. 3. 2.
남도가 정말 좋아요 - 40인의 디자인 리더가 추천하는 인문 여행지 남도를 향한 그리움에는 따로 이유가 없다. 자주 가 볼 수 없어서, 맛깔난 음식들이 많아서, 때묻지 않은 청정함이 남아 있는 곳이라서...사실 이유를 대자면 또 못댈 것도 없지만 늘 머릿 속에서 전라도를 떠올릴 때면 그저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 그래서 무작정 떠나고 싶게 만드는 큰 힘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닌 가 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한국의 디자인 리더들의 모임인 '40인의 의자' 회원들 역시 그런 이유로 건강한 두 다리로 남도를 걷고, 머리로 남도를 배우고, 가슴으로 남도를 느끼기 위해 남도의 구석구석으로 떠났다. 호남의 중심인 광주, 정자와 대나무의 고장 담양은 물론 땅끝마을 해남에 이르기까지 전남 지방의 모든 고을을 아우르고 있다. 디자인.. 2014. 1. 6.
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 주는 따뜻한 건축책 집짓기는 내 평생의 '꿈'이나 마찬가지다. 꿈이란 것이 너무나 아득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그 먼 곳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것도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지금껏 '집짓기'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외형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어떤 모양의 집을 지을 것인가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물론 실용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주된 포커스는 얼마나 그 형태와 디자인에 쏠렸던 게 사실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처럼 지어진 집들을 보면 누구나 탄성을 내지르게 마련이지만 보기에 좋은 집이 반드시 살기에도 좋으리란 법은 없다. 이란 책을 읽으면서 집을 이루게 되는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2013. 12. 22.
역사e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세상에 풍운은 많이 일고 해와 달은 사람을 급급하게 몰아붙이는데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1910년 12월 30일 밤. 불혹을 훌쩍 넘은 나이에 접어든 우당 이회영은 여섯 형제와 함께 전 재산을 팔아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고 있었다. 편안한 앞날이 보장된 고국을 떠나 북풍이 넘치는 국경을 넘어야 했던 우국지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개인의 안위 보다는 국권 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신념의 바탕이 무엇이었을 지 새삼 궁금해진다.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2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처분하고 망명길에 올랐지만 그의 앞날은 가난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 부었지만 정작 자신은 중국의 빈민가를 전전해야 했던 아버지를 지켜봤던 아들은 "일주일에 세 끼를 먹으면 잘.. 2013. 10. 5.
정본 백석 시집 -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학창시절 이후 시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내게 백석의 시 한편은 놀라움이었다. 한편으론 신선함이었고 쓸쓸함이었으며 결국은 안타까움만 남았다. 마음을 다치고서도 그의 시집을 사고야 말았던 것은 백석이란 시인의 신비로움에 이끌렸던 탓이 크지만 그가 쓴 다른 시들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하는 궁금증도 컸었다. 사실 시를 잘 모른다. 좋은 시를 쓰는 것은 애시당초 꿈도 꾸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인의 멋진 시를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 또한 만무하다. 그럼에도 호기롭게 백석 시집을 손에 넣고야 만 무모한 열정에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끝을 알 수 없는 갈증과 결핍이 계속 나를 괴롭혔을지도 모른다. 백석으로 더 알려졌지만 그의 본명은 백기행. 1912년 평안북도 정.. 2013. 9. 17.
안녕 다정한 사람 - 그래서 그곳이 그대가 그립다 사진은 여전히 이병률스럽고, 내노라하는 10명이 쓴 글 또한 그들답다. 2012년 11월에 출간된 이란 책은 은희경, 김훈, 신경숙, 백영옥, 이병률 등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압도하는 글쟁이들은 물론 박칼린, 이명세, 장기하, 박찬일, 이적 등 끼와 재능이 넘치는 예술쟁이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남긴 여행의 기록들이다. '여행'이란 단어는 언제나 날 흔들어 깨우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그 시간대로, 여행지에서의 순간 순간은 또 그나름대로,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 온 후의 추억은 또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사실 의미가 없는 시간이란 것이 있을까. 그저 사람들이 그 시간들을 어제와 같은 오늘로 방치해 두지만 않는다면 나름의 독특한 의미로 누군가의 삶에 쌓여 화석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 2013. 9. 17.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책 표지에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가 있다며 독자들을 유혹한다. 난 솔직히 멋지게 나이 드는 것 까진 바라지 않는다. 이근후 교수처럼 멋진 노후의 삶을 보낼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늙어 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손가락질을 받는 노인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정도는 한다. 또하나, 는 책에 이끌리게 된 것은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성큼 넘어선 나 또한 자연스럽게 늙어갈 것이고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터인데 하루라도 조금 빨리 그 준비를 해 나가는 편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 요구 때문이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나이듦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아름다움의 반대가 추함인 것처럼, 선악의 대비처럼 늙고 병들어 가는 자신을 이야기하고 자세.. 2013. 9. 17.
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술술 잘 읽혀서 페이지가 잘 넘어갈 것,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파악될 것, 기대 이상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기대를 실망시키지 말 것,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지는 못하더라도 여러번 머리를 절로 끄덕이게 할 것, 책을 덮고나서 책장에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다시 읽게 만들 것.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게 만들 것. 앞에 열거한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책의 개인적 기준이다. 대학시절 공모전 23관왕 신화에 빛나는 박신영이 지은 '기획의 정석'이란 책이 딱 그렇다. 북카트에 넣어두고 한참이 지나 이 책을 살까말까 잠시 고민했었다. 사실은 "공모전 23관왕의 신화! 삼성 기획사고력 교육 강사! 삽질정신의 저자 박신영이 기획의 멘토로 돌아오다!"라며 책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들이 지나치게 가볍.. 2013. 9. 4.
한국현대사 - 역사 왜곡은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나쁘다!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지만 사실 조금은 실망스럽다. 이 책의 공저자인 16인의 학자들의 성향이 어떠한 지는 애시당초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의 가치관, 성향에 따라 물론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역사를 연구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의 시각에 있어서는 학문하는 사람의 꼿꼿함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의 머리말은 읽는 이의 머리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16명의 필진을 대표한다는 차하순, 이인호, 한영우, 남시욱 등 4인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심각한 상황에 이른 한국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충정에서라고 밝히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학계가 좌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학자, 교육자, 문화계 종사자들에 의해 .. 2013. 9. 3.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이런 형태의 그림을 전문적으로는 어떻게 부르는 지 잘 모르겠지만 허허당의 글과 그림을 절에서 자주 본 기억이 난다. "스님의 그림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일필휘지로 생명력 가득한 존재를 담아냈다"는 미술 평론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스님의 그림에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안온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자신은 초연한 삶을 살면서도 사바세계의 희노애락에 발붙이고 사는 가련한 중생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더 혹독하고 외로운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가르침이기에 우리의 마음에 확연히 새겨질 수 있는 것이리라. 오직 사람만이 외롭고 괴로운 법이다. 마음이 속절없이 바쁘거나 허허로운 것 또한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2013. 8. 26.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더니 그리 야하지도 않고, 여행지에서의 느낌에 대한 세세한 소개도 없으니 이상한 에세이가 맞긴 맞다. 글자 하나, 표현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본 탓 인지 반나절 만에 뚝딱 책 한권이 읽혀졌다. 처음 느낌은 조금 불쾌했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다행스럽게도 불편함이 많이 사그라든 기분이다.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이란 책을 함부로 말하자면 김얀이라는, 나이 서른 먹은 여자의 남성 편력을 부끄럼 없이 끄적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 13개 도시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 아무리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집도 안간 아가씨가 "나 이렇게 많은 남자들과 만나 하룻밤 섹스를 즐겼소" 하는 고백이 기꺼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도대체 뭘.. 2013.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