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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역사e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by 푸른가람 201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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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풍운은 많이 일고
해와 달은 사람을 급급하게 몰아붙이는데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1910년 12월 30일 밤. 불혹을 훌쩍 넘은 나이에 접어든 우당 이회영은 여섯 형제와 함께 전 재산을 팔아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고 있었다. 편안한 앞날이 보장된 고국을 떠나 북풍이 넘치는 국경을 넘어야 했던 우국지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개인의 안위 보다는 국권 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신념의 바탕이 무엇이었을 지 새삼 궁금해진다.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2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처분하고 망명길에 올랐지만 그의 앞날은 가난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 부었지만 정작 자신은 중국의 빈민가를 전전해야 했던 아버지를 지켜봤던 아들은 "일주일에 세 끼를 먹으면 잘 먹을 정도였지만, 궁핍이 아버지의 독립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고 회상했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해서만 그를 칭송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작 우리가 그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가 바라고 꿈꿨던 독립된 조국의 모습이 어떠헀는 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가 평생 열망했던 것은 단순한 조국의 독립이 아니라, 누구도 억압하지 않고 누구도 억압당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누구나 평등하게 함께 어울려 사는 대동세상이었던 것이다.

우당 이회영은 일본 관동군 사령관을 암살하기로 하고 상하이에서 다렌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일본 경찰에 체포된 그는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결국 예순 여섯의 나이로 1932년 11월 17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식민지를 벗어나 독립을 이룬 지 벌써 일흔 해가 다 되어가지만 정작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만인이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고, 공평하게 행복을 누리며,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될 수 있는 사회, 지배 없는 세상, 억압과 수탈이 없는 세상'이 독립된 대한민국에 실현되고 있는 지 다시 한번 살펴 볼 일이다.

EBS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공동기획했던 EBS 역사채널e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진 역사e에는 앞서 얘기했던 우당 이회영을 시작으로 총 21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세 가지 파트로 나뉘어진 각각의  에피소드 들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혹은 알면서도 미처 그 가치를 깨닫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잔혜 속에서 무엇을 캐내고,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내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 지는 순전히 우리에게 맡겨진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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