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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4차전 - 두산답지 않은, 삼성스럽지 않았던 경기

by 푸른가람 201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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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이 종료된 상황에서 양팀의 스코어는 11:0이었다. 경기 결과를 모르는 팬들이라면 두산이 또 삼성을 상대로 무지막지한 방망이질을 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지만, 놀랍게도 오늘 경기의 승자는 삼성이었다. 한 게임에서 삼점을 내기도 버거워 '삼점 라이온즈' 라는 별명까지 얻은 팀이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전혀 삼성스럽지가 않았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차우찬이었다. 류현진, 김광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들이 올시즌 들어 주춤하는 가운데 차우찬은 어느새 그들의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차우찬은 오늘 경기에서도 7이닝 5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3승째를 기록했다. 140km대 후반에 달하는 빠른 공과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두산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초반에는 몇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새가슴' 차우찬이 아니었다. 김상수의 실책으로 맞이한 위기 상황에서는 더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는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올시즌 삼성 마운드의 의문 부호 하나가 긍정의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은 겸손하게 시즌 10승이 목표라 했지만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다승왕 경쟁에 뛰어들 만도 하다.

차우찬이 안정감있게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켜주자 타자들도 힘을 냈다. 삼성 타선은 무려 15개의 안타를 터뜨리며 11득점했다. 경기 초반에는 중심타자 최형우와 가코가 제 몫을 해주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2: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켜가던 7회초에 4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경기 막바지에는 똑딱이 타자들의 홈런쇼가 잠실 하늘을 수놓았다. 8회초에는 이영욱이 쓰리런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9회초 마지막 공격 때는 강명구가 프로 데뷔 후 마수걸이 홈런을 잠실구장 우측 펜스 너머로 날려 버렸다. 이영욱과 박한이가 3안타로 팀 타선을 이끌었고 박석민도 2안타 1타점으로 중심타선의 체면을 세웠다.

그동안 부진하던 가코도 장타는 역시 기록하지 못했지만 모처럼 2타점을 기록하며 팀내 최고 해결사(?)다운 활약을 펼쳤다. 이런 표현이 적당할 지는 모르겠지만 가코는 서서히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부진하면 고민없이 퇴출시키고 새로운 용병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팀내에서 타점 생산능력이 가장 좋은 가코를 내칠 수도 없다.

"이만한 타자도 없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분명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 역할은 해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장타를 포기했다면 교타자로서의 능력이라도 보여줘야 하는거 아닌가. 2할대 중반에 홈런도 못쳐주는 타자를 클린업 트리오에 고정해 두기엔 삼성의 공격력은 여전히 시급히 보완해야 할 치명적 아킬레스건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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