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두산 1차전 - 상위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다

무엇이 먼저일까 팬들 사이에서 내기를 걸기까지 했던 카도쿠라의 첫 승, 가코의 마수걸이 홈런 대결은 카도쿠라의 승리로 끝이 났네요. 2위를 달리고 있는 탄탄한 전력의 두산을 대구로 불러들인 삼성은 선발 카도쿠라의 호투를 막강 불펜진이 뒷받침하며 2:1의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습니다.

오늘 승리는 역시 카도쿠라의 공이 컸습니다. 오늘 경기 전까지 두번의 선발 등판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카도쿠라는 단 한타자도 쉬어갈 틈이 없는 막강한 두산 타선을 맞아 6이닝동안 안타 4개와 사사구 2개만을 허용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1실점하긴 했지만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구위도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 포수가 원하는 구석구석에 공을 집어넣는 제구력이 살아났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오늘 카도쿠라가 선발승을 기록한 덕분에 삼성은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선발승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에이스 장원삼이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발진의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시즌 초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안한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삼성은 7회부터 임현준, 권오준, 권혁, 정현욱, 오승환 등 필승 불펜진을 총출동시켰습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권혁의 시즌 첫 등판입니다. 그동안 2군에 내려가 재활훈련을 하다 오늘 엔트리에 등록된 권혁은 첫 등판에서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0km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구위는 많이 떨어진 상태이지만 우선은 제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와 같은 어이없는 제구력 난조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대해 보게 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스피드에 치중하기 보다는 일단 제구력을 높이는 데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루키 임현준은 참 잘해주고 있습니다. 비록 투구이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터프한 상황에서 좌타자를 상대로 한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잘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권혁의 빈자리를 임현준이 그동안 잘 메꿔주고 있었는데 이제 권혁이 제 컨디션만 찾아준다면 삼성 불펜은 그 어느때보다 더 막강한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오늘 공격에서는 배영섭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배영섭은 0:1로 뒤지던 3회 1사 상황에서 좌측 펜스를 훌쩍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삼성 쪽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이라고 하는데 영양가 만점입니다. 배영섭과 이영욱, 두 1번타자 후보들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라 류중일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계속될 것 같네요.

개그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박석민은 가코와 함께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채태인이 빠진 1루 수비도 예상 밖으로 잘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채태인에겐 안된 말이지만 채태인이 빠진 이후 박석민 1루, 조동찬 3루 포지션이 공수 모두에서 삼성 전력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승리로 삼성은 6승 5패로 KIA와 함께 공동 4위를 계속 유지하게 됐습니다. 4위라고는 해도 2,3위 팀과의 승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상위권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당초 LG, 두산 등 상위권 팀과의 6연전이라 걱정을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내일 경기 선발로 등판하는 정인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