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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첫 승 사냥 나서는 팀 레딩, 차리리 불펜이 편하다?

by 푸른가람 201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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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0승 투수의 위용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까. 브랜든 나이트의 대체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팀 레딩이 첫 승 신고를 위한 네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다. 선발 맞대결 상대는 롯데 송승준이다. 비록 쌍포 홍성흔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롯데 타선은 8개구단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딩의 한국무대 첫 승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이는 이유다.

팀 레딩의 기록을 한번 살펴보자. 레딩은 8월 12일 롯데전에 맛뵈기로 잠깐 나와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공식 데뷔전을 치뤘다. 비록 1이닝에 불과해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하긴 어려웠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일단은 후한 점수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긴 메이저리그에서 두번이나 10승을 기록했고 통산 37승의 경력이 있는, 국내진출 선수가운데 말 그래도 탑 클래스였으니 당연한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후 세번의 선발 등판에서는 어김없이 경기 중반에 무너졌다. 8월 12일 한화전 6이닝 4실점, 21일 KIA전 5.1이닝 4실점, 9월 1일 넥센전에서는 4.2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피칭을 이어갔다. 특히 넥센전에서는 심판진과의 감정싸움으로 승리도 날리고, 야구팬들에게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아픔을 겪었다.

연이은 태풍과 잦은 비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레딩은 이틀 후 한화전에 전격적으로 중간계투로 깜짝 등판했는데 기록은 비교적 괜찮았다. 비교적이란 말은 말 그래도 선발등판 했을 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나았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1이닝을 던졌고 안타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겨우 다섯번의 등판기록 만으로 레딩의 수준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당초 국내 야구팬들의 기대치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5경기에서 18이닝을 소화해 자책점은 13점을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이 6.50에 달한다. 승리는 고사하고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피칭이라도 해줘야 포스트시즌 투수진 운영이 수월할텐도 지금 상황에선 레딩의 부진에 따른 선발진의 구멍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팀 레딩을 불펜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선발로 등판한 세경기의 평균자책점은 7.31,  WHIP는 1.63, 피안타율은 3할3푼9리에 달한다. 말하자면 베팅볼 투수처럼 난타당했다는 얘기다. 반면 투구이닝은 2이닝으로 매우 짧긴 하지만 구원으로 등판한 2경기에서 평균자책 0.00에 WHIP 0.50, 피안타율 또한 0할이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삼성의 마운드 여건상 팀 레딩에게 기대했던 것은 긴 이닝을 소화해 줄 수 있는 선발투수다. 장원삼, 차우찬의 좌완 원투펀치가 든든한 반면 우완 쪽은 상대적으로 허약한 상황이라서 더더욱 외국인 투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 보자면 팀 레딩에게 우완 에이스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선책이지만 불펜투수로의 활용도 고려해 봐야 할 상황이다. 3선발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틸 수 밖에 없다.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정인욱, 배영수, 이우선 등에게 그 중책을 맡길 수도 있다. 오늘 자로 1군 엔트리에 복귀하는 권오준, 윤성환의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적임자가 나타난다면 레딩에게 더 이상 선발투수로서의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삼성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어차피 막강한 불펜을 중심으로 지키는 야구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는 선동열식 야구에서 '안-정-권' 불펜을 포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오늘 롯데전 레딩의 투구내용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사실상 팀 레딩에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막연한 기대를 안고 기다려주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각종 기록은 스탯티즈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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