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그 한 타석에 서기 위해 양준혁은 1회부터 배트를 휘둘렀나 보다

by 푸른가람 2010. 9. 8.
728x90

1승이 이렇게도 어려운 것일까요. 팀 레딩의 한국무대 첫 승 달성은 오늘도 실패했습니다. 레딩은 롯데와의 대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동안 5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2실점(2자책)했습니다.  비록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막강한 공격력의 롯데를 맞아 QS피칭을 펼쳐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에 실망도 컸던 것 같습니다. 월척을 기대했지만 준척급이라도 된다면 다행인 것 같습니다. 레딩이 오늘 경기처럼 안정적으로 매 경기 6이닝 이상의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분명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겠지요. 오늘 패배는 레딩의 책임도 있지만 솔직히 타자들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구위에 눌려 이렇다할 공격을 펼쳐주지 못한 탓이 더 큽니다.


어차피 결과론이겠지만 삼성이 3회말 1사 2,3루 절호의 선취득점 기회에서 단 1점이라도 뽑았더라면 오늘 경기 양상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위타선에서 모처럼 기회를 잡아줬는데 1번타자 이영욱과 2번타자 박한이가 연속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난 것이 초반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경기 중반까지 0:4로 뒤지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던 삼성 타선은 7회말 송승준을 연속 안타로 두들기며 2점차로 추격하는데 성공하긴 했습니다만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해결사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7회말 무사 2,3루 찬스에 이어 8회말 1사 1,3루 역전 기회를 맞았지만 추격은 결국 1점차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삼성으로서도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선발 팀 레딩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네요. 오늘 투구 내용도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만한 위력적인 피칭은 아니었지만 코칭스탭에서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수진 운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궤도에는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하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윤성환의 구위 회복 가능성입니다. 모처럼 올라온 1군 복귀무대에서 1과 1/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안타를 하나 허용하긴 했지만 직구는 볼끝에 힘이 느껴졌고 각도 큰 변화구도 위력적이었습니다. 이대로만 던져준다면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성환과 함께 1군에 복귀한 권오준은 첫 타자 전준우에게 큼지막한 홈런을 허용하며 불의의 일격을 당했습니다.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결국 김주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백정현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0.2이닝 2실점으로 실망스런 기록을 남겼지만 볼 자체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운데로 몰린 공들이 문제였지요. 권오준의 경우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 내내 배트를 휘두르며 출전 기회를 기다리던 양준혁은 9회 1사 이후 대구구장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타석에 섰습니다. 지난 7월 21일 KIA전 이후 무려 49일만의 일이었습니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절로 뜨거워지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흥분을 제대로 즐겨보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되어 버렸습니다. 

배트가 너무 빨리 나와 버렸습니다.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것이 팬들에게나 양준혁 본인에게나 아쉬움으로 남을 겁니다. 범타로 물러나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양준혁의 얼굴에서 그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나더군요. 너무 오랜 기다림이 조급함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경기 종료후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양준혁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은 참 아름답게 느껴지더군요.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에서는 오는 9월 19일로 예정된 SK와의 은퇴경기에서는 양준혁에게 1회부터 9회까지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니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겁니다. 그때까진 주로 대타로 나와 타격감을 조율하는 정도겠지만 그렇게나마 그라운드에서 양준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