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마을은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전통마을이다. 무섬이란 말은 물위에 떠 있는 섬이란 뜻으로 수도(水島)리라는 한자지명이 붙여지기 전의 원래 우리말이다. 무섬마을, 혹은 수도리 전통마을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고 돌아가는 지형이 안동 하회마을과 비슷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진 않은 곳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매화 꽃이 피는 지형,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 형태로 명당 중의 명당 터라고 한다. 내성천이 동쪽을 제외한 3면을 휘돌아 흐르고 있다. 주변의 산꼭대기에 올라 보면 멋진 물굽이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무섬마을 주변에는 회룡포마을 건너편에 있는 회룡포 전망대, 하회마을 맞은편의 부용대와 같은 전망대가 따로 있지는 않다.
무섬마을이란 게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혹은 예전엔 사진에 관심이 없었던 지라 무심코 지나치는 일이 많았었다. 이번에 큰 맘먹고 일부러 무섬마을을 찾게 된 것은 수백년 역사가 묻어나는 전통가옥에 대한 관심 보다는 마을앞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직접 걸어보고 싶어서였다.
여러 블로거들의 여행후기들에는 외나무다리가 무척 운치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회룡포에 그 유명한 뿅뿅다리가 있다면 이 무섬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은 역시 외나무다리일 것이다. 무섬마을에 도착해 적당한 자리에 차를 주차하자마자 어르신께 다리가 어디 있는지 부터 여쭤봤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기대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기에 족했다. "그 다리는 장마때 떠내려갈까봐 철거했지..가끔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래사장 쪽으로 옮겨놨어" 순전히 그 다리를 보고 싶어서, 내성천 얕은 물길 위를 건너보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왔는데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모래사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설명대로였다. 다리가 있을 필요가 없는 모래사장 위에 덩그러니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그 다리는 물가에 닿자마자 끊겨 버린다. 사진찍으로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고맙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한 것은 사실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아쉬운 마음에 다리 위를 왔다갔다 어슬렁거려 본다.
외나무다리를 뒤로 하고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전통마을에 왔으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가옥들도 한번 둘러보고 가는게 맞을 것 같다. 이 무섬마을은 17세기 중반에 반남박씨와 선성김씨의 후손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돼 지금까지 두 집안의 집성촌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00여명 정도의 주민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데 마을의 가옥 중 36동이 전통가옥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16동은 조선후기 사대부 가문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양동마을, 하회마을과 같은 전통마을과 비교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택과 현대 가옥이 혼재되어 있어 일관된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전통가옥에 살든, 서양식 가옥에 살든 그건 주민들의 선택이고 자유겠지만 이 무섬마을이 일반인들에게 보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선 이같은 점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네 전통 건축물을 바라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인데, 참 자연과 잘 조화된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네 자연에 딱 맞는 형태의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기와집도 그렇고, 들이나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도 지은 초가집, 너와집, 귀틀집 이런 전통가옥들도 전체적인 풍경에 자연스럽게 묻어든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무섬마을을 나서며 새삼 우리 것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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