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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늘 마음 속에 두고 그리워하는 담양 소쇄원

by 푸른가람 201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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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봐도 좋은 사람이 있듯 늘 마음 속에 두고 언제나 그리워 하는 곳도 있는 법이다. 내겐 소쇄원이 그런 짝사랑의 장소다. 영화 속 배경으로 나온 모습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후 이제나 저제나 가볼까 기다리다 무작정 혼자 담양 여행을 떠났던 것이 2007년 6월경이었으니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 유명한 메타세콰이어거리, 죽녹원도 놓칠 수 없는 경유지였지만 마음에 제일 큰 감흥을 남긴 곳 역시 이곳 소쇄원이었다. 광풍각, 제월당, 오곡문, 애양당, 고암정사 등 남아 있는 건물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원래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처럼 모두가 풍경 속에 잘 스며들어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대구서 담양은 참 먼거리다. 단순히 지도상의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가 더 먼 것 같다. 소백산맥으로 가로막혀 있는데다 88고속도로가 있다지만 고속도로 같지 않다보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왕래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대구 번호판'을 달고 광주 시내를 달리는 내내 뭔가 괜히 시선이 신경쓰이기도 했다. 과거 정권이 만들어 놓은 지역감정의 깊은 골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픈 기억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자주 접해보고, 만나서 얘기해보고 해야 그 고장을 알 수 있고, 또한 그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한창 88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니 공사가 끝나는 몇년 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자주 전라도의 구석구석을 다녀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든다.



깔끔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 작지만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곳. 입구의 푸른 대나무숲이 주는 싱그러움. 이런 것들이 3년전에 다녀왔던 소쇄원의 첫 인상이었다. 그날 이후 늘 마음 속에 품고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었는데 마침 지난해 가을에 전라도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행선지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내장산이었다. 방향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가는 길에 소쇄원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담양에도 잠시 들렀다 가는 코스를 잡았다. 나중에 다시 내장산 단풍여행에 대한 글을 쓸 기회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때 다녀왔던 내장산, 죽녹원, 소쇄원 코스가 일정은 빠듯했지만 가장 만족스럽고 풍요로왔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확실히 여름과 가을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여름의 푸른 빛도 물론 상쾌하고 젊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온통 울긋불긋하게 형형색색의 빛깔로 물들어가는 소쇄원의 가을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광풍각에 앉아 그 감흥을 오랫동안 조용하고 여유롭게 만끽하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에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우리나라 3대 정원 가운데 한곳이기도 한 이곳 소쇄원은 겨울에 다녀와도 아주 좋을 것 같다. 흰 눈이 내리는 날이면 사시사철 모습이 변치 않는 대나무숲의 푸르름이 더 돋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소쇄원은 내 기억 속에서만은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두어번 다녀보니 남도 여행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길이 멀어도 반드시 끝이 있는 법이고, 길이 막힌다 한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면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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