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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한국의 3대 전나무숲 중 하나인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

by 푸른가람 201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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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내소사 전나무숲, 남양주 광릉수목원 전나무숲과 이곳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을 두고 한국의 3대 전나무숲이라고들 한다. 갖다 붙이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그 유명한 숲길을 걸어보고 싶어 오대산을 찾은 것이 2009년 7월 어느 여름날이었다. 사진이나 영상 속에 비쳐진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실제 느낌은 어떨까 하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는 소나무가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경북 북부나 강원도 산악지역의 울창한 금강소나무 숲을 직접 가보시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는 금강송 군락의 아름다움에 흠뻑 매료될 것이다. 전나무는 주로 고산지대에 자라며 공해에 특히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젓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월정사 전나무숲은 일주문에서 금강교에 이르는 1km 길 양쪽에 걸쳐 조성이 되어 있는데, 높이가 수십m에 달하고 평균수령 80년 이상의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한여름 인데도 전나무숲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 주어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다. 전나무숲길 바로 옆에 있는 오대천 상류 개울의 시원한 물소리도 한껏 정취를 더해 준다.




전나무는 나무에서 젖(우유)이 나온다고 해서 젓나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얘기이긴 한데 실제로 나무에서 젖이 나오는 지는 확인해 볼 길이 없었다. 울창한 숲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싱그러운 향기로 몸이 저절로 건강해 질 것 같은 기분좋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길을 몇번이고 왕복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잘 정돈이 되어 있다.


숲길 안쪽에는 지난 2006년 태풍때 쓰러졌다는 전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그 밑동은 어른 2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면모를 자랑한다. 수령이 무려 500년이 넘는 나무였다고 하니 그때 모진 태풍을 견뎠다면 지금도 위풍당당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월정사 전나무숲이 만들어 진 연유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원래는 이곳도 소나무숲이 울창했었는데 고려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부처에게 공양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소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때 어디선가 산신령이 나타나 공양을 망친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아홉그루에게 절을 지키게 해 이후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나무숲이 월정사를 지키게 됐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고 나니 월정사 전나무숲이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금강교에서 일주문을 다시 돌아 오는 길이 금방이다. 몇번을 되돌아 걸어보고 싶은 욕심이 났지만 더 늦기전에 천년고찰 월정사도 둘러봐야 하니 이쯤에서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다. 듣던 대로, 사진으로 보던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던 월정사 전나무숲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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