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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유서깊은 '언덕 위의 마을', 이문열의 고향 영양 두들마을

by 푸른가람 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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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사람들은 자기 고장을 일컬어 '문향'이라고 얘기합니다. 이름난 소설가 이문열에다 청록파 시인의 한사람인 조지훈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자부심의 표현일 겁니다. 영양군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5월경에 대표적인 지역 축제인 '산나물 축제'와 함께 '지훈예술제'를 같이 개최하고 있습니다. 





조지훈에 비해 뒤질 것이 없어 보이는 이문열 예술제가 열리지 않는 이유는 딱 한가지. 아무래도 그가 아직 현역에서 활동중이기 때문이겠지요. 영양군 석보면의 작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 두들마을은 바로 작가 이문열의 고향입니다. 수많은 이문열의 작품 속에 이 두들마을이 배경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두들마을이란 '언덕위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라고 하네요.





여느 시골마을 같지 않게 잘 정돈되어 있고 규모도 상당히 큽니다. 주차장을 지나 마을 입구에는 전통한옥체험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하룻밤 머물면서 두들마을의 멋을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인 것 같습니다. 정부인 장씨의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조리법 가운데 오늘날 현대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양반가의 7첩반상을 맛볼 수도 있다고 하네요.







두들마을은 독특하게도 마을 자체 홈페이지가 있는데, 정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따라 계획적으로 조성된 탓에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지경리, 답곡리 일원에 걸쳐져 있으며 규모는 15,410,000㎡에 달합니다. 가구수는 440호 정도로 인구는 1,000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통한옥체험관을 지나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돌면 두들마을의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한옥체험관을 지나면 두들마을 터를 잡았던 석계 이시명 선생이 머물렀던 석계고택, 한글 최초의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지은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비, 석계 선생이 유생들을 가르쳤던 석천서당, 항일시인 이병각 시인의 생가인 유우당이 차례로 나옵니다. 모두 고풍찬연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유우당을 지나면 정부인 안동장씨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안동장씨 예절관과 소설가 이문열이 현대문학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지은 광산문학연구소가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고풍스러운 다른 고택들에 비해 규모도 큰데다 새 집 표시가 많이 나는 게 흠입니다. 주위의 건물들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가려면 좀더 많은 세월이 필요하겠지요.





지난 여름 두들마을을 찾았을 때에는 사진동호회 사람들이 단체로 출사를 나온 듯 보였습니다. 고풍스런 고택을 배경으로 화려한 빛깔의 한복을 차려 입은 여성분을 모델 삼아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계시더군요. 남의 작품활동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길을 터줄 기미가 보이질 않길래  결국은 옆길로 둘러 나와야 했습니다.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지만 뙤약볕 아래 잠깐동안의 짜증을 그냥 참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언덕위의 마을,  두들마을을 내려 왔습니다.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니 이런 사진도 한장 있네요. 유우당 사진에 한복입은 여자분도 배경으로 찍혀져 있습니다. 설마 초상권 침해라고 이의를 제기하진 않겠죠?




두들마을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저 잠시 스치듯 사진찍기에도 분명 괜찮은 곳이긴  하지만 수백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유서깊은 두들마을을 겨우 한두시간의 짧은 일정으로 지나쳐 버리기엔 아쉬움이 많네요.  여기 말고도 영양 구석구석에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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