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사(長安寺)는 신라 삼국통일 이후에 길게 평안하라는 염원을 담아 우리나라 세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그 중 한곳이 바로 이 예천 비룡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장안사이고, 나머지 두 곳은 부산 기장면과 그 유명한 북한 금강산에 있는 장안사이다. 말 그대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지만 예천 장안사에 대해서는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1박2일'에 소개되면서 더더욱 명성을 떨치고 있는 회룡포 전망대 오르는 길가에 있어 사람들 눈에 많이 띄기는 하지만 예상외로 찾는 이는 드물다. 보기에 너무 작고 소박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유명한 회룡포의 장관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급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찾는 이가 드물어 안그래도 고요한 산사에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장안사는 규모가 참 작은 사찰이긴 하지만 그 아담함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절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회룡포 보다 오히려 이 곳 장안사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절 마당이며, 바로 옆 범종각에서 바라다 보이는 대웅전과 석탑의 조화도 아름답다.
이 곳 장안사 범종에 몇해 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지난 2005년 8월 12일부터 일주일간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는데, 범종에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더니 이내 단물이 흘러내렸고 이 단물을 먹기 위해 벌떼들이 몰려오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든 일로 불가에서는 예로부터 범종에서 단맛의 물이 나면 길조라 했다고 한다. 모 방송사에서 취재해 방송까지 되었다고 하는데 암튼 실제로 봤다면 정말 신기했을 것 같다. 아직 그 영험이 유효하다면 다음번에는 꼭 잊지 않고 범종에 소원을 빌어 봐야겠다.
크고 웅장하고 화려하게 치장한 사찰이지만 왠지 거부감이 드는 절이 있는 가 하면, 이 장안사처럼 다 둘러보는데 채 몇분이 걸리지 않는 작은 사찰이지만 그 규모보다 훨씬 큰 마음의 평안을 얻고 돌아가는 절도 있다. 길게 평안하라는 그 뜻에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닌가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장안사에서 속세의 번잡한 마음을 씻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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