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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함백산 일출산행의 피로를 이겨내고 찾았던 태백산 정암사

by 푸른가람 2010.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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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를 찾았던 날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무더웠던 날이었습니다. 하긴 1년중 가장 더울 무렵인 8월의 어느 새벽에 일출을 볼 요량으로 함백산을 올랐으니 기진맥진한 상태였지요. 무려 1,572.9m에 달하는 함백산 정상에 오른 뒤에야 이곳 정상까지 차가 오른다는 걸 알았으니 힘이 빠질 만도 합니다. 하지만 새벽 으스름한 달빛을 받으며 산행을 시작하던 그때의 상쾌함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정말 멋진 일출을 기대하고 힘겹게 올랐던 함백산 이었지만 정작 일출 사진은 볼 품 없습니다. 볼 때마다 그저 아쉽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일출 사진을 찍게 될 때를 준비해 사진공부를 꼭 해야 겠다는 의지를 또한번 다지게 됩니다. 어쨌든 저 멀리 붉은 기운이 어둠을 일깨우며 솟아나는 모습 그 자체는 참 장관이긴 합니다.



거의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로 목적지인 정선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정암사를 발견했습니다. 그냥 지나쳐야 하나, 힘들지만 조금 기운을 내서 들러볼까 하는 고민도 잠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정암사 일주문을 넘었습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한여름 공기는 벌써부터 후덥지근 하고, 하늘은 희뿌옇습니다. 한걸음 내딛기도 벅차지만 5대 적멸보궁 중 한곳이라니 뭔지모를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을 일컫는 말인데 사리를 모셨기 때문에 따로 예불을 올릴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설치해 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은 경남 양산 통도사, 강원도 평창 오대산 상원사, 강원도 인제 설악산 봉정암, 강원도 영월 사자산 법흥사와 이곳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5대 적멸보궁은 신라시대의 고승 자장법사와 연관이 있는데요. 자장법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와 정골을 각각 나눠 모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도리사를 찾았을 때도 분명 적멸보궁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그리 흔한 것도 아닐텐데 전국에 있는 크고 작은 사찰에 적멸보궁이 더 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진 않네요.




생각보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더군요. 아무래도 본사가 아닌 월정사(조계종 제4교구 본사)의 말사라 그렇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하고 있으며 기록에 의하면 신라 선덕여왕 5년인 서기 636년에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정암사 뒤쪽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하는 수마노탑에 오를 엄두를 내지 못했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는 보물 제410호 수마노탑을 친견할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꽤나 위엄있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보면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정암사는 또하나 천연기념물 제73호 열목어 서식지로도 유명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열목어 서식지 중 최남단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확한 정보인지는 자신이 없네요.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스런 바람에 다시 기운을 차려 봅니다. 한참을 머물며 물 속을 살펴봐도 열목어는 쉽사리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없는 건지, 있어도 못 보는 건 지 알 수가 없네요.












이른 시간인데도 법당 안팎에는 예불을 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무언가 간절한 염원을 가슴에 안고 정성스레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숙연해져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조차도 꺼려집니다. 다시 그때 사진을 보니 작지만, 아담하니 이쁜 절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댑니다. 다음번엔 꼭 수마노탑에도 올라보고 가는 김에 만항재 산상의 화원에 있는 야생화들도 제대로 카메라에 담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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