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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여름의 길목에 접어든 기청산식물원

by 푸른가람 201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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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의 굳은 결심 덕분인지 한달에 한번꼴로 기청산식물원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봄꽃부터 시작해 늦가을에 만개할 국화꽃까지, 1년 동안의 모든 꽃들과 기청산식물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겠다는 욕심은 사실 너무 큰 것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꽃들이 내가 찾아줄 때까지 기다려 줄 법도 없거니와 꼼꼼하게 챙겨보지 않으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과유불급이라~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지나친 욕심은 또다른 스트레스를 낫는 법입니다. 맘 편히 세상을 살려면 역시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매일매일 둘러볼 팔자는 못되니, 그저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빼먹지 않고 찾겠다는 약속만 올 연말까지 잘 지킬 수 있었음 좋겠네요.








5월말의 기청산식물원은 어느새 여름빛이 완연합니다. 마침 이틀전 내려준 풍족한 비 덕분에 녹음이 한껏 짙어졌습니다. 올해 첫 찾았던 3월에는 조금 황량한 겨울 느낌이 남아 있었는데, 봄꽃들이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던 4월을 지나고서는 봄을 훌쩍 뛰어넘어 바로 여름으로 건너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5월의 기청산식물원은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도 올들어 가장 덥다는 날씨는 오전부터 30도 가까이 치솟습니다. 기청산식물원의 넉넉한 숲이 주는 그늘이 아니었다면 초반부터 지쳤을 게 분명합니다. 이따금씩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상쾌한 공기를 호흡하면서 서둘러 핀 여름꽃들과도 인사를 나누어 봅니다. 이제 자주 봐서 이름을 알 수 있는 것들도 반갑지만, 이전에는 모르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 역시 쏠쏠합니다.











미나리아재비, 괭이밥, 연잎꿩의비름, 실거리, 젓가락나물, 이질풀, 물싸리, 수련, 붓꽃, 노란꽃창포, 창포, 민백미꽃, 자란, 엉겅퀴, 흰민들레, 자난초, 벌노랑이, 반디지치.....이루 다 헤아릴 수 조차 없습니다. 불과 1년전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그래서 이름이 무언지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피고 지는 것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스스로도 참 신기한 경험이지요.















대구서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이처럼 정성들여 잘 가꿔진 식물원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대구, 경북지역에도 여러 곳의 수목원이 있긴 하지만, 수목원 고유의 성격 보다는 공원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가족끼리, 친구끼리 수목원에 들러 편히 쉬면서 식물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합니다만, 식물원이나 수목원 본연의 설립목적에 걸맞는 시설들이 좀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래도 다음번 기청산식물원 방문은 6월쯤이 되겠네요. 그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청산의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한편으론 그 잦은 방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식물공부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긴 하네요. 주위의 끊임없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려한 꽃에 이끌리는 걸 보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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