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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본문

책읽는 즐거움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푸른가람 2018.01.11 15:49

인류사를 통틀어서, 좀더 범위를 좁혀 보자면, 중세 이후 세계사의 큰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인류학과 세계사의 관점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는 인간사를 보다 큰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해 20대 청년들을 상대로 지난 2015년에 건명원에서 강의를 했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는 이때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해 나가면서 정치, 경제적 상황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일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주경철 교수는 지구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인류의 중대한 변곡점을 네 가지 역사적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근대 이후 세계사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의 역동적 힘이 어디서 유래하였는가에 대한 정신적 고찰에 몰두했다. 외부를 향해 강하게 돌진하려는 정신적 힘의 근원을 찾기 위해 그는 최초의 대서양 항해 끝에 아메리카 대륙에 당도한 콜럼버스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1492년은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의 지원 아래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해다. 주경철 교수가 인류사의 첫번째 변곡점으로 꼽은 1492년은 일차적으로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역사적 배경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그의 식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1492년은 스페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콜럼버스의 위대한 여정이 시작된 해인 동시에 스페인에 남아 있던 이슬람교도를 몰아낸 해가 바로 1492년인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슬림을 몰아낸 스페인은 이후 자국 내에 남아 있던 유대인들까지 축출하면서 국가의 정체성을 종교적으로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경철 교수는 1492년에 시작된 콜럼버스의 항해를 에덴동산을 찾는 종교적 행위로도 해석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지은이의 통찰적 시각은 다음 강의에도 이어진다. '제2강-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 편에서는 정화의 해상원정 이후 급격하게 폐쇄적으로 돌아선 중국과는 달리 해상 팽창을 시작한 유럽은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사를 주도해 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0조 마리에 육박하던 나그네비둘기가 인간에 의해 멸종된 1914년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기 시작한 인류세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인류사적 의미를 찾고 있다.

주경철 교수의 궁극적 관심사는 마지막 강의에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무려 5,500백만명의 희생자를 남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을 역사적 주제로 남은 그는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있다. 20세기를 '증오의 시대'로 규정한 니얼 퍼거슨, 문명의 진보에 따라 인류는 비폭력과 평화의 길로 가고 있다는 스티븐 핑거.

두 사람의 시각과 견해는 모두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있기에 일방이 맞고 틀리다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장 격렬하게 이데올로기를 동원할 수 있고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와 민족 단위와 폭력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에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자식 세대들이 야만의 아수라 속이 아닌 문명의 꽃길을 걷는 축제의 장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다는 바로 그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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