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힐링'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극한의 무한 경쟁 속에 내몰린 현대인들은 '번아웃 신드롬'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처럼 사람을 지치게 하는 많은 장애물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를 쓴 카트린 지타는 오스트리아 연합통신과 오스트리아 최대 일간지인 크로넨 자이퉁에서 10년간 베테랑 기자의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날 문득 그녀에게 남은 것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일에 매달려야 안심이 되는 일 중독, 관계단절과 이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자발적인 것이든, 강요된 것이든, 우리는 일상에서 성과주의 메카니즘의 단세포로 작동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해 있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택한 것은 여행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에 외로움을 달래 줄 동행은 없었다. 혼자 여행을 하는 내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고민했고 결국 여행을 통해 그 길을 찾았다고 자신있게 얘기하고 있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에는 촉망받던 기자에서 이제는 셀프심리코칭 전문가이자 여행 칼럼니스트로 변신한 카트린 지타가 처음 혼자 여행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 50개국을 여행하면서 깨달았던 것들이 담겨져 있다. 그 여행은 때로는 외롭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을 스스로 이겨낸 것이기에 독자들에게 하는 그녀의 충고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우선순위를 두는 데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바를 내가 진정 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자리에 두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이 힘들어진다고 문제의 근원을 진단한 그녀가 제시한 해법은 여행이다. "누구나 일생을 사는 동안 한번은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여행은 내가 원하는 삶을 발견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저 어디론가 떠난다고 현실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시적인 현실 도피일 뿐 근본적인 방법은 될 수 없다. 그 여행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며, 여행을 하는 동안 나 스스로에 대해 던져진 수없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하며, 돌아와서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도 수반되어야 하는 여정인 것이다.
나 역시도 가끔은 홀로 떠나는 여행을 감행해 본다. 카트린 지타처럼 거창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찾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여행을 통해 일상의 삶이 주는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고 더 강력하게 다가올 미래의 자극에 견딜 수 있는 힘을 비축하기도 한다. 누구나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자의 삶을 살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가장 좋은 여행은 일상에서도 여행자처럼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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