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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by 푸른가람 201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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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어렵다는 보편적 아우성이 출판계만 비껴갈 리 없다. '출판계의 위기' 이야기는 이미 진부한 것이 되어 버렸다. 조만간 종이 책은 사라지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전자책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우세하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새 책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아주 소수의 애독자들은 지갑을 열어 아낌없이 책을 산다.

 

윤성근이 지은 <책이 좀 많습니다>란 책은 이렇듯 없는 살림에도 책을 사고, 열심히 책을 읽는 사람들의 서재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껏 국내외 저명인사의 그럴듯한 서재 구경은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여러 번 해봤지만, 그리 눈에 띌 것도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재를 꾸미고, 그 곳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놓았는 지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다.

 

이 책에는 스물 세 명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선생님도 있고, 학생도 있고, 회사원도 있다. 특별히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특정한 분야에서 탁월한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질 만큼 특별한 사람은 드물다.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진 공간 중 일부(혹은 전체)를 '온전히 책만을 위한' 공간으로  내어 놓고 있음을 우리는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서재는 좁고 누추한 편이다. 많은 책을 감당할 수 없어 누구는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그 속에 서재를 만들었고, 어떤 이는 아파트 전체를 서재에 내어 주고, 정작 자신은 빌라 반 지하에서 월세를 살고 있다. 확실히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괴짜 소리를 듣거나, 심하면 정상이 아니라는 타박까지 들을 만 하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책을 좋아하는 나 역시 그들처럼 오롯이 책으로만 가득 찬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오래 전부터 꾸어 왔다. 아직은 공간이 부족하다 느껴질 정도로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처럼 책과 가까이 지내려 애쓰다 보면 애서가들의 고민에 나도 빠질 날이 올 지 모른다.

 

그런 날이 빨리 왔음 좋겠다. 허황된 꿈마냥 번듯한 서재를 꾸미지는 못할 지라도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어디든, 어떤 형태의 것이든 문제될 것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지은이 윤성근이 강조했듯 책만 보는 바보가 아니라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필로그에 담긴 뒷 이야기가 조금은 씁쓸하게 다가왔다. 책을 만드는 1년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지은이가 느꼈던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의 불안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컨테이너 서재는 사라졌다. 만만찮은 관리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어떤 이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빡빡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어떤가. 그들은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자기가 있는 곳에서 묵묵히,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재를 살고 있다. 그럼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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