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닌 가 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한국의 디자인 리더들의 모임인 '40인의 의자' 회원들 역시 그런 이유로 건강한 두 다리로 남도를 걷고, 머리로 남도를 배우고, 가슴으로 남도를 느끼기 위해 남도의 구석구석으로 떠났다. 호남의 중심인 광주, 정자와 대나무의 고장 담양은 물론 땅끝마을 해남에 이르기까지 전남 지방의 모든 고을을 아우르고 있다.
디자인 리더들의 발길을 따라 가는 여행길은 사뭇 흥미롭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여행작가들처럼 세련된 글과 사진을 담아낼 수는 없을 지 몰라도 남도 땅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담겨 있어서인지 인문학 여행을 떠난 이들의 풋풋함과 생기가 전해져 더 좋았다.
나 역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전라도 땅을 여러번 찾았던 적이 있다. 나름 이름난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아 사람들은 떠나지만 그 곳에서 배우고, 느끼며 가슴에 품어오는 것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먼 길을 달려 그저 관광 책자에 소개되어 있는 것만 잠깐 찾아보고 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니 좀더 많이 볼 수 있으려면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몇 해 전 다녀오려다 아쉽게 기회를 놓쳤던 신안군 증도를 소개한 글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어디를 가보고, 무엇을 먹어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 속에 여행 계획을 짜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고산 윤선도의 흔적을 찾아 떠나려던 보길도와 세연정의 풍광과는 언제쯤 마주하게 될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그리움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하나, 여행지로서의 남도의 매력이라면 음식을 빼놓을 수 없겠다. 산과 들과 강, 그리고 바다까지 품어안고 있는 고을답게 그 풍부한 재료를 맛깔나게 담아내는 음식 솜씨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동네가 또 이 남도 아니던가. 멋진 풍경과 어울어진 인문 여행지에 감동받고 돌아가는 길에 남도의 진한 맛까지 긴 여운으로 남는다면 아마도 최고의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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