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도시공학과 최종현 교수가 지은 <옛사람의 발길을 따라가는 우리 건축 답사>는 말 그대로 인문지리 기행이다. 작은 건축물 하나에 담겨져 있는 인문학적 배경을 오롯이 읽어내기 위한 답사 여행에 이렇게 책을 통해서나마 동참하게 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 한권을 몇권 정독한다고 해서 단박에 건축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할 자신은 없다. 문외한인 나 뿐만 아니라 건축에 일가견이 있다는 전문가들도 그 점에선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금껏 전국의 수많은 고건축들을 수박 겉핧듯 지나쳐 온 나의 천박함을 반성하게 됐으니 값어치는 충분히 한 셈이다.
내가 우리의 고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 전이다. 그 시작은 학문적 관심이라기 보다는 그저 사진찍는 걸 좋아하기에 피사체의 하나로서 매력적인 소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물을 제대로 알아가려는 노력 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영원의 기억으로 남기는 데 주력하는데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그 이상을 볼 깜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력을 안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 아무리 관심을 가지고 몇 시간을 살펴본다한들 어느 순간 자연스레 깨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하나둘 건축물을 접하면서 좀더 깊게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고 결국 이런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 다행스런 일이다.
최종현 교수같은 전문가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이미 알던 것도 다르게 보인다 했다. 어찌보면 전혀 알지 못하는 것보다 잘못 아는 것이 더 나쁜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미 기존의 잘못된 지식과 시각과 관념이 가득 차 있으면 제대로 된 정보로 다시 고쳐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이다.
그는 우리의 옛 건축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옛 건축은 '땅'을 읽는 데에서 출발했다. 그 땅의 모양과 규모에 맞춰 겸손하게 건물을 지었다. 건물을 장식하거나 화려하게 짓는 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건물 속에 들어가 삶을 영위하나는 인간의 시선에서 건축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전적으로 공감가는 이야기다. 이전에도 이런 설명을 여러번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많은 건물들을 그 땅과 함께 읽어내려는 노력을 할수록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바라보았던 겸손함과 그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에 걸맞는 건물을 지으려 했던 노력에 감동하게 된다. 내 마음은 이미 바쁜 발걸음으로 '옛사람의 시선과 생각으로 옛 건축을 다시 읽는' 이 책 속을 걷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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