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답이 있는 질문도 아니요, 어느 누구가 명확하게 속시원한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외향적인 성격과 내성적인 성격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이를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옳은 것과 나쁜 것으로 정의내리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비단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이 문제는 다양성이 존중된다고 여겨지는 미국 등 구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널러 퍼져있는 듯 하다. 마치 ABO식 혈액형 구분으로 사람의 성격을 예단하는 것이 일종의 상식처럼 통용되듯 말이다. 그렇듯 앞서 얘기했던 나와 같은 의문을 품었던 수전 케인은 보다 전문적인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Quiet 콰이어트> 라는 책을 지은 수전 케인은 미국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됐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민 끝에 7년에 걸친 탐구와 저술을 통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 지를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그녀의 고민 또한 나와 같았던 것 같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성적인 사람은 본래의 성격을 애써 감추려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획일화된 편견이 고착화 되어버린 탓인지 이 당연한 의문은 그다지 가치있는 고민거리 내지 이의 제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외향성이 옳고 바른 성격으로 인정받고 문화의 이상으로 자리잡게 된 연유를 설명하고,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내향성이 결코 열등한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11장 '구두수선공이 되느냐, 장군이 되느냐의 문제'를 통해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문제를 진지하게 얘기해 준다. 이 책의 저자 수전 제인이 오랫동안 얘기하고 픈 주제가 여기에 담겨 있다 할 수 있겠다.
나는 전적으로 외향적인 사람, 내성적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간 정도의 차이일 뿐 외향성과 내향성은 공존한다. 다만 어느 특정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조건 속에서 그런 기질이 발휘되느냐 하느냐에 따라 그 짧은 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그의 성격이 결정되어지는 것 뿐이라고.
비단 한 개인에게 외향성과 내향성이 모두 필요한 것처럼 조직과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다. 어느 특정한 성격을 가진 구성원만이 존재하는 조직은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조직은 온전히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조화와 배려의 문화가 뿌린 내린 사회일수록 안정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나와 다른 성격이라고 해서 그것을 폄하하거나 배척할 것이 아니라 내게 부족한 결핍을 채워 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 종국엔 나의 정신적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차이를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개인과 사회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과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어떤 지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 되겠다.
모두가 조지 패튼 장군과 같은 종이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모두가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종이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 별에는 운동선수, 철학자, 섹스 심벌, 화가, 과학자가 필요하다고 믿고 싶다.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마음이 굳은 사람, 마음이 차가운 사람, 마음이 약한 사람이 골고루 필요하다. 어떤 환경에서 개의 침샘에서 침이 몇 방울 나오는 지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벚꽃의 순간적인 느낌을 열네 음절의 시로 포착해내거나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어머니가 잘 자라고 입맞춤해주기를 기다리는 어린 소년의 감정을 분석하는 데 스물다섯 쪽을 할애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진정 이 출중한 능력이 발현되려면 필요한 에너지를 다른 분야에서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 앨런 숀 Allen Shawn
'책읽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가 그립다 - 스물두 가지 빛깔로 그려낸 희망의 미학 (2) | 2014.08.19 |
---|---|
풍경을 그리다 -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풍경 35 (4) | 2014.08.19 |
남자의 여행 -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0) | 2014.03.30 |
30초만에 어색함이 사라지는 잡담이 능력이다 (2) | 2014.03.02 |
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1) | 2014.02.09 |
옛사람의 발길을 따라가는 우리 건축 답사 - 최종현 교수의 인문지리 기행 (0) | 2014.02.02 |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0) | 2014.01.29 |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은폐하고 조작한 주류 역사학자들을 고발한다 (0) | 2014.01.13 |
남도가 정말 좋아요 - 40인의 디자인 리더가 추천하는 인문 여행지 (0) | 2014.01.06 |
부자들의 생각법 - 모르면 당하는 그들만의 경제학 (0) | 2014.0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