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특별히 일제 식민사관의 아류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로 자리잡아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포커스를 잡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종식을 고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식민사관을 논하는 데에 불만이 제기될 법도 하지만 실상을 좀더 들여다 보면 우리의 주류 사학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식민사학의 폐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왜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한 것일까. 도대체 우리 국민 중에 내 나라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이가 얼마나 된다고 거창하게 나라의 흥망성쇠까지 들먹이는 것일까.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는 현실에서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 따위가 무슨 대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많겠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자긍심을 갖지 못한다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눈부신 성장 신화도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말 지 모른다. 역사를 배우고 기억함으로써 한 민족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견고히 하지 못한다면 세계화의 광풍 속에 또한번 속박과 타율의 비극에 나뒹굴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정의가 불의를 이기지 못했고, 상식이 몰상식을 넘어서지 못했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가 지배권력에 빌붙어 독립 운동가의 후손을 고문하고 억압했던 부조리가 판쳤다.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를 벗어나 부끄러운 과거를 말끔히 청산할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버린 뼈아픈 역사가 불과 수십년 전의 일이다.
이 책은 조선총독부 산하에서 우리 역사를 철저히 왜곡했던 조선사편수회의 주축들이 해방 이후 한국 주류 역사학계로 승계되어 현재까지 한국사를 은폐하고 조작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고조선(단군)의 실체에 대한 인식과 한사군의 위치 비정, 임라일본부설을 둘러싼 논점들이다.
이주한은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단군을 하나의 신화로 치부하고 고조선을 역사적 사실에서 철저히 배제하려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군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 세력인 위만과 기자을 한국사의 기원으로 삼음으로써 타율성과 사대성이 한민족 고유의 DNA였다고 부지불식간에 인식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한사군의 위치를 대동강 유역과 한반도 북쪽으로 비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역사적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교과서에서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있었다고 배웠다. 교과서에서는 중국의 우수한 철기 문화가 한반도에 유입됨으로써 우리 민족의 문화적, 경제적 수준이 발전했다고 기술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학적 역사관을 심어주는 데 앞장섰다.
이것이 일본인 스승에게서 그릇된 식민사관을 배운 이병도와 그의 제자들로 끊임없이 이어진 우리나라 주류 사학의 모습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 왜곡과 조작을 이른바 '실증주의'라는 이름으로 치장했고, 학계에서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해 민족주의 사학자들을 국수주의자로 매도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중국 또한 자국의 영토 내 존재했던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이 합심해 주변국과의 역사 전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주류 사학계는 식민 사관과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중일 세 나라가 펼칠 '역사 삼국지'의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결말이 가져올 엄청난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 우리는 견고한 주류의 틀을 깨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보다 큰 미래를 위해 주식과 부동산, 토익 점수에만 매몰되어 버린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고 새로움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바로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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