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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e' 프로그램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여러 곳에서 인용되는 영상을 접해 볼 기회는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제를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책으로 엮어진 여덟번째 시리즈를 읽어보게 됐다. 이번 주제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들어있다는 이 문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 다소 진부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세 섹션에 나뉘어 담겨진 서른 가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참다운 권력, 그 권력을 바르고 따뜻한 길로 이끌어 가기 위한 주권자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짧디짧은 5분이란 시간 속에 갇혀 있지만 몇일을 두고 얘기해도 끝나지 않을 넓은 뜻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내 일이 아니라 관심없다는 이유로 허투로 지나치는 것들이, 사실은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 어떤 이웃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을까를 새삼 뉘우치기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사실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 단어, 수학공식 보다 몇배나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잊고 산다. 나만 부족함 없이 잘 살면, 내 자식들만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 명성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도 애써 무관심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온전히 나 혼자 살 수 없다면, 우리가 사회와 국가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위를 보장받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 존재라면 그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도 눈을 뜨고 살아야 한다. 나와 내 주위 사람만 행복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보다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내 힘을 보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가르쳐 주고 있다.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
그 집에서는
누구든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23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을 일구어 낸 '스웨덴 국민의 아버지' 타게 에를란데르가 완성한 복지이념 '국민의 집'이다. 누가 지금의 스웨덴이 불과 수십년 전엔 척박한 땅을 일구다 포기하고 떠나버린, 버림받은 나라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역사의 뒤켠에는 옳은 생각을 정당한 방법으로 실현시키고자 노력했던 정치인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면서 부럽기도 했다.
모르겠다. 유달리 가난한 나라에 살아서였는지 우리 사회는 돈의 논리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버렸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들이 많고 많지만 종국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잣대는 역시 금전에 수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신념대로 옳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나는 안다. 그들의 뒤를 따라 가려면 여전히 배우고, 또 뉘우칠 일이 많은 나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래서 고마운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선뜻 내게 보내준 '문화의 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탑스피커즈에 감사 드린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에릭 홉스봄(1917-2012)
"사면제도는
누가, 왜 사면권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악법이 될 수도 있고 관용이 될 수도 있다."
- 윌리엄 블랙스톤(영국 법학자)
"세상에서 서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야 얼마든지 많은데
작은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 한창기(1936-1997)
별빛 가득한 밤하늘
그리운 친구들의 얼굴
언제나 가닿고 싶었던 영원의 세계
"내가 그리는 선,
하늘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
- 건축가 정기용(1945-2011)
모든 별들은 돈다
공평하다
중심이 없다
어떤 별이든 중심이 될 수 있다
- 홍대용의 무한우주론
그 모든 것이 지나간 사실,
지나간 사실이기 때문에
지나간 사실로서 기록해둘 뿐인 것이다
- 임종국 친일문학론 서문 '자화상'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면
최대의 명예손상이 될 것이다.
정의를 위해 굶어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
법관은 최후까지 오직 '정의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 1957년 12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퇴임사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
그 집에서는
누구든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 '스웨덴 국민의 아버지' 타게 에를란데르(1901-1985)
"시민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게끔
하는 데 있다."
- 레옹 베라르(전 프랑스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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