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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단 한번에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 사자의 야성을 되찾아라 - 삼성 vs KIA 4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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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게 됐다. 상대 선발투수를 초반에 끌어 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구원조로 등판한 투수들을 공략하는데 실패하면서 초반 페이스를 어렵게 끌고 간 것이 결국 패인이 됐다. 승기를 잡았을 때 결정적 한방을 날려 줄 해결사가 없다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밀림에선 상대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놓을 수 있는 강력함이 필요하다. 오늘 패배를 통해 삼성 선수들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기회는 곧 위기의 전조이기도 하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천재일우의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물은 천양지차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에서 KIA는 초반 출발이 좋지 못했다. 선발 서재응이 연패 탈출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초반에 무너진 것이다. 마운드에서나 덕아웃에서나 동료들에게 화이팅을 불러 일으키던 씩씩한 모습의 서재응이었지만 3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선발투수가 2와 1/3이닝 동안 5개의 안타와 4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4실점한다면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조금 달랐다. 큰 기대를 품지 않았던 불펜진이 힘을 내 준 덕분에 KIA는 경기 중반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그 점수를 불펜의 힘으로 지켜내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오늘 승리를 통해 3연패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났으니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라미레즈의 호투가 빛났다. 라미레즈는 팀이 3:4로 역전을 허용한 3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해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팀이 추격의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 상황에서 한점이라도 더 내줬더라면 오늘 경기는 또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그의 공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삼성 입장에서 보자면 선발 투수 고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최근 들어 선발투수들이 QS를 기록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에 반해 고든은 자신이 실책까지 범하며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팀내 또다른 외국인 투수 탈보트가 5승으로 다승 공동선두에 오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선발 자리를 언제까지 꿰찰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또하나 공격의 활로를 찾아줘야 할 배영섭, 김상수 등이 부진한 것도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특히 배영섭은 1번타자로 나서 5타수 무안타, 9번타자 김상수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빠른 선수들이 출루해 내야를 흔들어줘야 하는데 여의치가 못했다. 올시즌 들어 타율 2할대 언저리에 맴돌고 있는 배영섭을 선발 출장시키는 것이, 그것도 1번타선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정형식이 어떨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정형식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좋은 재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류중일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최형우가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드디어 타율 2할대에 진입한 것을 위안거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그동안의 애처롭기까지 하던 믿음이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는 것이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워낙에 잘하고, 성실한 선수니 언젠가 제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가져봄직 하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젠가 하는 것이다. 4번타자에 어울리는 최형우의 시원한 홈런 한방이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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